전셋집 품귀…재건축 시작하면 어디로 가나요? [최원철의 미래집]
최근 서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 뒤 전세 물건이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서울 외곽지역의 전·월세 물건 감소폭이 더 큽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3만3244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4만5639건보다 27.2% 줄었습니다. 성북구는 77.4%, 중랑구는 74.1%, 구로구는 68.6%, 노원구는 67.4%, 관악구는 65.1%, 도봉구는 64.0%, 강북구는 63.0% 감소했습니다. 서민과 실수요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찾던 지역부터 전세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세 물건이 줄어든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기존 집에 계속 머무는 임차인이 늘었고, 실거주 의무와 전세대출 규제도 임대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주택자가 내놓은 물건 상당수가 실수요자의 매매로 이어져 전세로 나올 집 자체가 줄었습니다.

가격도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한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36% 올랐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8.82%입니다. 권역별로는 도심권을 제외한 전 권역에서 전세 실거래가격이 상승했고, 동북권이 2.14%로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이어 서북권 1.24%, 동남권 1.08%, 서남권 1.05% 순으로 올랐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매매시장에서는 급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고, 임대시장에서는 전세로 나올 수 있는 물건이 더 부족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셋값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6~2027년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6만6000가구를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에 집중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규제지역 내 신축매입은 기존 3만4000가구에서 5만4000가구로 확대됩니다. LH가 동 전체 매입뿐 아니라 일부 세대만 사들이는 부분매입 방식도 허용하고, 서울의 최소 매입 기준도 10가구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사업자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포함했습니다. LH의 토지 확보 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상향하고, 매입대금 지급 방식도 공정률을 반영해 3개월 단위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어 단기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전세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주택 수가 아니라 생활권 안에서 갈 수 있는 집입니다. 강남권 전세 수요자가 갑자기 외곽의 비아파트로 옮겨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군, 직장, 교통, 자녀 통학, 부모 돌봄 같은 생활 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일부 수요자는 서울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2~4월 경기도 집합건물을 매수한 서울 거주자는 1만1614명으로, 직전 3개월 1만782명보다 832명 늘었습니다. 고양시는 619명에서 739명, 광명시는 48명에서 698명, 구리시는 399명에서 605명, 남양주시는 667명에서 877명으로 서울 거주자의 매수가 증가했습니다. 서울 전세가격을 감당하기보다 인접 경기권에서 내 집 마련을 선택한 수요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반드시 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주입니다.

압구정, 여의도, 목동,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가 동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신속통합기획, 모아주택, 모아타운까지 더해지면 서울 곳곳에서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급은 부족한데, 이주 수요는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특히 강남권은 더 어렵습니다. 8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은 전세 수요가 쉽게 줄지 않습니다. 재건축 조합원이 이주비를 받더라도 같은 생활권 안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면 이주비 자체가 충분한 해법이 되기 어렵습니다. 강북 전세 물건도 이미 빠르게 줄고 있어 단순히 지역을 넓혀 찾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입주가 본격화하면 수도권 전세시장에 일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030년 전후 입주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5개 신도시 모두 사업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주해야 하는 조합원에게는 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재개발 사업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노량진1구역처럼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곳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고, 동시에 본인이 거주할 집도 찾아야 합니다. 전세가격이 오른 상황에서는 이중 부담이 됩니다. 1+1 분양 신청자의 경우 금융회사와 사업장 조건에 따라 이주비 대출이 제한될 수 있어, 전세 이동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강남권 일부 사업장은 사업성이 좋아 시공사가 금융 조건을 앞세워 이주비 부담을 줄이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업장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남·한강벨트처럼 사업성이 높은 곳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격차는 이주 단계에서 더 크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합들이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은 분담금만이 아닙니다. 조합원이 이주비를 받아 실제로 어느 지역, 어느 가격대의 집으로 갈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이주비가 나오니 알아서 집을 구하라”는 방식은 앞으로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셋집이 부족하고 월세 부담이 커지는 시장에서는 이주계획 자체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이제 재건축의 핵심 변수는 용적률과 공사비만이 아닙니다. 이주 가능한 전세 물건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조합은 조합원에게 얼마를 빌려줄 수 있는지만 볼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실제 이주할 수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전세난이 계속된다면 재건축 사업의 병목은 인허가가 아니라 이주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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