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화두로 떠오른 '주주 동의', 정당성·현실성 모두 '안갯속'
덕산하이메탈·다산네트웍스, 자회사 상장 주총 특별결의 안건 상정
잦은 주주 손바뀜 속 누구에게 찬반 묻나 '딜레마'
거래소도 주주동의 의무화 및 방안 놓고 고심
잦은 주주 손바뀜 속 누구에게 찬반 묻나 '딜레마'
거래소도 주주동의 의무화 및 방안 놓고 고심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자회사 상장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한 뒤에 금융당국이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주주 동의를 구해야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들 기업은 자발적으로 먼저 주주 동의 절차에 착수했다. 덕산넵코어스 모회사 덕산하이메탈과 디티에스 모회사 다산네트웍스는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자회사 상장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직 금융당국이 어느 수준의 주주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일단 비교적 높은 수준의 주주 동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주총 특별결의 안건(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의 특성상 주식 손바꿈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 현실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덕산하이메탈의 경우 지난 5월 4일을 기준으로 주주명부를 폐쇄했으나, 실제 주총이 열리는 오는 29일을 앞두고 이미 주식을 매도한 주주가 적지 않다.
단기 매매에 치중하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임시 주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문제다. 주소지가 갱신되지 않아 연락이 닿지 않는 주주가 적지 않아 전자투표를 도입했음에도 위임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도 동의를 받는 게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를 따르려는 성향이 강해서다. 해외 기관의 경우 국내 대리인을 통해 서류 처리만 진행할 뿐, 자회사 상장의 정당성이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직접 소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일각에서는 어느 시점의 주주를 대상으로 찬반을 물어야하는지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회사 상장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상장까지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로 인수한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한다면, 인수 시점의 주주와 그 이후 주식을 매수한 주주, 자회사 상장을 결정한 뒤 매수한 주주,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뒤에 주식을 매수한 주주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에 처할 수 있다.
IB 실무자들은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무시한 채 높은 수준의 주주 동의를 의무화하는 것은 사실상 상장을 하지 말란 것과 동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주들의 참여율 자체가 저조한 상황에서 기권이나 무관심을 모두 반대로 규정하면 어떤 기업도 허들을 넘을 수 없다는 논리다.
기업의 성장을 위한 경영 판단과 투자 결정이 정작 주식을 갖고 있지 않거나 관심 없는 이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정당하냐는 회의감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최종 가이드라인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간담회와 공개 세미나 등을 여러 차례 진행하며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 동의 의무화 여부와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복상장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부작용을 막겠다는 규제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기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주주 동의 비율을 강제하는 방식은 시장을 경색시킬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