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3전 4기' 아스널
승자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종목과 분야를 가릴 것 없이 1등과 2등이 받는 대접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고배를 마신 2인자들은 “준우승은 루저들의 챔피언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한탄을 되뇌곤 한다.

준우승과 유독 인연이 깊은 선수가 있다. 독일 축구 스타 미하엘 발라크다. 2002년 독일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월드컵에서 모두 준우승하는 ‘트리플 러너업’을 기록했다. 그는 유로대회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등에서 12번이나 2위를 차지한 ‘준우승 전문가’다. 미국 프로농구 NBA의 로고 모델인 제리 웨스트는 NBA 챔피언 결정전에 9번 올랐지만 우승 반지는 단 한 개만 끼었다.

‘하늘은 왜 주유를 낳고, 또 제갈공명을 낳았는가’라는 <삼국지> 속 주유의 탄식처럼 압도적인 강자의 그늘에 가린 경우도 없지 않다. 올림픽에서 메달 12개를 딴 수영선수 라이언 록티에겐 ‘만년 이인자’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아테네올림픽 6관왕이자 베이징올림픽 8관왕인 마이클 펠프스와 같은 시기에 활동한 탓이다. 영국 테니스 선수 앤디 머레이는 4대 메이저대회 준우승만 8번(우승은 3회) 했다.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노바크 조코비치 같은 선수를 돌아가며 만난 끝에 거둔 성적표였다.

세계 최강 프로축구 리그로 불리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널이 22년 만에 우승했다. 2000년대 초반 아르센 벵거 감독 지도하에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한 아스널은 2003~2004시즌 ‘무패 우승’ 이후 챔피언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최근엔 세 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며 ‘승리 DNA’가 부족하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실패가 반복되다 보면 좌절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미켈 아르테타 감독 지도하에 아스널은 실력을 키우는 정공법으로 ‘준우승 저주’에 맞섰다. 선수를 보강하고, 수비 전술을 새로 짜고, 세트플레이 전술을 가다듬었다. “운이 없어서 우승을 못 했다”고 한탄한 게 아니라 1위와의 미세한 차이를 극복하는 데 집중했다. ‘3전4기’ 챔피언 신화는 구슬땀 덕에 쓸 수 있었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