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긴급조정권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긴급조정 제도’는 이 법을 모델로 삼아 1963년 마련됐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이 국민 경제나 일상에 큰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다. 발동되면 30일 동안 파업이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 절차가 강제된다. 노동계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실제 발동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현 HJ중공업),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네 차례뿐이다. 모두 수출, 국민 이동권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됐다. 미국에서도 태프트-하틀리법이 발동된 건 37번이다. 서부 항만 파업 때 발동한 것도 24년 만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긴급조정권을 행사하면 21년 만이다. 반도체산업이 한국의 수출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발동 요건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훼손, 수출 감소 등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파업 땐 긴급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힌 이유일 것이다.
긴급조정권은 정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카드다. 하지만 파업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할 뿐이라는 점에서 미봉책이다. 특히 파업이 시작돼야 발동되기 때문에 그 기간 피해는 불가피하다. 충격은 이미 가시권이다. 삼성전자는 총파업에 대비해 생산량을 줄이는 비상관리체제에 들어갔다. 제조 공정이 전면 중단되면 피해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파업은 노사 모두에 치명적이다. 노조는 조속히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
양준영 논설위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