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MZ여성 취향 분석…'새로' 돌풍 일으켰죠"
“진로 소주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가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MZ세대 여성의 욕구를 읽어낸 전략적 승부수가 있었습니다.”

2022년 출시된 새로의 개발을 총괄한 여명랑 롯데웰푸드 푸드사업부장(53·사진)은 13일 인터뷰에서 “(1년6개월간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가볍게 마시면서도 ‘인싸’처럼 보이고 SNS를 통해 일상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2030 여성의 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출간한 신간 <데이터 투 하트>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 철학을 담았다.

여 부장은 “기존 소주 광고 모델 대부분이 여성 연예인이라는 점 자체가 남성 중심적인 술 문화를 보여준다”며 “새로는 이 같은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처음부터 20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음주와 관련한 SNS 및 커뮤니티 댓글을 분석해 “예뻐서 마신다” “인증샷 올리기 좋다” 등 반응을 유형화했고 제품 디자인에 반영했다. 여기에다 건강을 중시하는 MZ세대 트렌드에 맞춰 제로슈거와 저도주를 내놨다. 새로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넘어섰다.

◇5년 연속 히트작 선보여

부산여대(현 신라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여 부장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문가로 손꼽힌다. 2001년 광동제약에 입사해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가 대웅제약으로 자리를 옮겨 비타민제 개발 업무를 맡았다. 당시 ‘아로나민골드’와 ‘삐콤씨’가 장악하고 있던 비타민 시장에서 ‘임팩타민’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해외에서 유행하던 고함량 ‘메가비타민’ 트렌드에 착안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한 ‘치료 비타민’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이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CJ 등을 거쳐 2012년 롯데칠성음료에 합류했다.

롯데 입사 후에는 기존 해외 흥행 공식을 답습하기보다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소비 흐름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칠성사이다 제로’, 대용량 커피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어린이 유기농 주스 ‘크니쁘니’ 등 히트작을 잇달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2018년 구축한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시스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작가의 강연을 접한 이후 회사 경영진을 설득해 소비 흐름과 브랜드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마련한 것. 단순 설문조사 대신 SNS·검색어·온라인 후기 등 소비자의 일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숨겨진 소비 패턴을 파악한다.

‘칸타타 콘트라베이스’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자리를 오래 비우기 어렵다” “하루 종일 마실 커피가 필요하다”는 흐름을 포착해 기획했으며 ‘크니쁘니’ 역시 기존 제품이 주로 성분·가격 등 부모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 착안해 포장 용기를 캐릭터 완구처럼 디자인하는 등 실수요자인 아이를 공략했다.

◇“AI 시대 데이터 중요성 커져”

롯데웰푸드가 지난해 출시한 ‘파스퇴르 단백질 플러스’도 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략으로 탄생했다. 기존 단백질 음료 시장이 운동을 즐기는 2030세대 위주로 형성됐다면 앞으로는 4060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존하는 중장년층 단백질 음료는 영양만 강조하다 보니 맛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며 “파스퇴르 브랜드를 활용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제품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중장년층의 신체 부담을 고려해 경쟁 제품 대비 단백질 함량과 용량을 적정 수준으로 낮췄다.

여 부장은 AI 시대 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데이터는 마케터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며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보를 선별·가공해 전달하는 소수 플랫폼과 인플루언서에게 영향력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책을 출간한 이유도) 마케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이 같은 시대 변화를 읽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최진영 기자 real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