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 국경 검문소에 트럭들이 줄지어 서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 국경 검문소에 트럭들이 줄지어 서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이란전쟁 여파에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육상 물류망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고속도로, 철도, 항만이 비상 물류망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단일 해상 요충지에 의존해온 중동의 물류 체계가 최근 재편되고 있다. 사우디 국영 광산기업 마덴이 대표적이다. 밥 윌트 마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임원진을 홍해 항만으로 급파했다. 이후 철도·트럭 운송업체를 확보해 비료를 사우디 전역으로 실어 나르는 체계를 구축했다. 윌트 CEO는 “트럭 3500대가 걸프 지역에서 홍해까지 물자를 운송하고 있다”며 “마덴은 5월 말까지 밀려 있던 수출 물량을 모두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비료의 핵심 원료인 인산염 세계 3위 수출국이다. 인산염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주로 수출됐다. 하지만 전쟁 이후 해협 봉쇄 위험이 커지자 마덴은 홍해 항만 쪽으로 물류 방향을 틀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출발한 인산염 화물이 지부티, 태국, 아르헨티나 등에 도착했다. UAE 국영 철도망인 에티하드레일도 UAE 동부 푸자이라에서 아부다비까지 닛산차 수백 대를 철도로 운송했다. UAE 최초의 차량 철도 운송 사례다.

글로벌 해운사들도 육상 우회로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MSC와 머스크는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화물을 트럭으로 운송하고 있다. UAE 슈퍼마켓 체인 스피니스는 감자칩, 오트밀, 어린이 간식 등 영국 식료품을 실은 트럭을 영국 켄트에서 서유럽과 이집트, 사우디를 거쳐 두바이까지 보냈다. 이동 기간만 16일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육상 운송은 해상 운송보다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항만에서 돌아오는 트럭이 대부분 빈 차로 복귀하는 것도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추가 비용을 상쇄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윌트 CEO는 “이제 새롭게 중요해진 수출 거점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회사 운영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