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유도탄 공격에…연기 치솟는 이란 유조선 > 최근 미국 항공모함 조지부시호에서 출격한 미 해군의 슈퍼호넷 전투기가 시스타Ⅲ호와 세브다호 등 이란 유조선의 연기 배출구를 정밀유도탄으로 공격했다. 이들 유조선은 해상 봉쇄를 뚫고 이란 항구 진입을 시도했다. 공격받은 유조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 美 유도탄 공격에…연기 치솟는 이란 유조선 > 최근 미국 항공모함 조지부시호에서 출격한 미 해군의 슈퍼호넷 전투기가 시스타Ⅲ호와 세브다호 등 이란 유조선의 연기 배출구를 정밀유도탄으로 공격했다. 이들 유조선은 해상 봉쇄를 뚫고 이란 항구 진입을 시도했다. 공격받은 유조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청와대가 11일 호르무즈해협 정박 중 외부 타격으로 HMM 나무호에서 폭발·화재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란 측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청와대 공식 반응이 나온 건 전날 ‘미상의 비행체에 의한 외부 타격’ 때문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약 20시간 만이다.

◇ 靑 “민간 선박 공격, 용납될 수 없어”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HMM 나무호 등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안전 보장 및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국제사회의 관련 노력에 지속적으로 동참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자유 통항을 지원하려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안보 연합체 ‘해양자유구상(MFC)’이나 영국·프랑스가 추진 중인 국제연대 참여를 검토 중이다.

외교부는 전날 미상의 비행체 2기가 약 1분 간격으로 나무호 선미 좌현을 두 차례 타격했다는 내용의 정부 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았고, ‘미상의 비행체’라는 표현을 썼지만 군 안팎에서는 피해 규모(폭 5m, 깊이 7m)를 고려했을 때 자폭 드론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프랑스·중국 선박이 공격당한 것처럼 이란 측 소행이라는 의심도 적지 않다.

위 실장은 “추가 조사를 통해 공격 주체,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 등을 식별해 나가고자 한다”며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도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주체 등에 대해) 예단을 하거나 결과를 미리 단정해 어떤 조치를 하겠다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나무호 폭발이 발생한 지난 4일 당시 업계에서는 외부 공격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정부도 내부 폭발보다 피격에 무게를 두는 듯했다. 6일 “피격이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피격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때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판단을 유보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파공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외부에서도 아주 근접해서 보지 않는 한 발견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파공이었다”고 했다. 선미를 찍은 CCTV 영상도 비행체에 의한 공격임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타격 주체 특정 노력한다지만

청와대는 “타격 주체를 특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의 직접 피해국이 된 만큼 누구 소행인지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란 측 소행으로 드러난다면 대응 수위를 둘러싼 정부의 고심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압박, 대(對)이란 관계 설정 등 외교 안보 측면에서 파급력이 워낙 세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무호 화재 발생 직후 “이제는 한국이 임무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며 파병을 압박했다. 외부 피격으로 결론 난 데 더해 이란 측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이 같은 압박이 더 강해질 공산이 크다. 파병을 둘러싼 국내 찬반 대립 여론이 고조되는 것도 정부에 부담일 수 있다.

정부가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해 이란 외교에 공들여왔다는 것도 곤혹스러운 지점이다. 정부는 중동 사태 와중에도 이란에 특사를 파견하고 현지 대사관을 유지해왔다. 이란 현지 언론은 지난달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이지만 이번 사안에서 미국의 정치적 동반자로만 머무르지 않고 적어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란 국민과 군사 압박 논리를 구분하려 했다”며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