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기업가치 2조8000억원을 인정받으며 기업공개(IPO) 재시동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 2022년 상장 도전이 무산된 뒤 장외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1조원 밑으로 하락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사업모델 개선과 네이버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사세를 회복했다.
수익성 증명한 컬리, IPO 청신호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네이버로부터 3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9월 네이버가 처음 컬리 지분 약 5%를 매입할 당시 몸값이 1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8개월여 만에 평가 가치가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2조8000억원은 컬리에게 상징적인 숫자다. 2021년 프리IPO 당시 4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컬리는 상장 무산 이후 기업가치가 1조원대까지 추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2023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으로부터 전환우선주(CPS) 방식으로 1200억원을 추가로 투자 받으며 재평가된 기업가치가 2조8000억원이다. 하지만 2023년 흑자 전환에 실패하면서 주식 전환비율이 조정되는 리픽싱 조항이 발동돼 1조5000억원 수준까지 기업가치가 낮아졌다. 이번 투자는 하락했던 가치를 시장에 다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향후 컬리가 기업공개에 나선다면 해당 기업가치가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한 점도 눈에 띈다. 2022년 상장 심사 당시 한국거래소는 김슬아 컬리 대표의 낮은 지분율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공동 의결권 행사 확약을 맺었으나 시장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부족했다. 이번 투자로 전략적 투자자(SI)인 네이버의 지분은 6.19%까지 확대된다. 김 대표와 네이버의 지분을 합하면 약 11%에 달한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 ‘컬리N마트’ 입점, 멤버십 혜택 연동 등 사업적 시너지를 공유하는 네이버가 우군으로 등판하면서, 상장 예비 심사에서 거래소를 설득할 명분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컬리의 사업모델도 튼튼해졌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77% 증가한 242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순이익(203억원) 역시 흑자로 전환했다. 마진율이 높은 ‘뷰티컬리’가 안착했고, 판매자 배송(3P)과 풀필먼트서비스(FBK) 거래액이 전년 대비 52.6% 증가했다. 네이버와 협업한 컬리N마트도 향후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상장 도전 당시 최대 걸림돌이었던 수익성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 컬리는 IPO 무산 이후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이익 흑자를 시작으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연간 영업이익, 순이익 순으로 지표를 개선했다. 2023년까지 마이너스였던 연간 영업현금흐름 역시 2024년부터 2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하며 재무 건전성을 입증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