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 비행체의 타격으로 피해 입은 HMM 소속 나무호 외부의 모습. 뉴스1
미상 비행체의 타격으로 피해 입은 HMM 소속 나무호 외부의 모습. 뉴스1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정박 중 피격된 HMM 소속 나무호 사건을 조사 중인 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부가 공격 주체와 비행체 성격을 두고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청와대는 "특정 국가를 지목할 수 없다"며 신중론에 무게를 둔 반면 외교부는 "이란 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이란 책임론에 가까운 해석을 내놨다.

14일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나무호 공격 주체와 관련해 "이란 이외에 다른 어떤 주체에 의한 공격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근처에 해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조사해서 증거를 제시하면 어떤 형태로든 이란 측의 적절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란 내 구체적인 공격 주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혁명수비대뿐만 아니라 이란 해군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발표한 것처럼 테러리스트까지 있어 아직 모른다"며 "구체적인 조사가 더 진행되면 특정하는데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 주체가 특정될 경우 "응분의 외교적 공세를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보인 신중한 태도와는 결이 다르다. 위 실장은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특정 국가를 지목해 비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1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번 사건과 이란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관련이 있는지 현재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우리는 파악하고 있는 단계다. 어느 나라가 특정돼 있지는 않고 여러 나라의 가능성을 놓고 파악 중"이라고 했다.
나무호 화재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나무호 화재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공격 수단에 대해서도 인식 차이가 있다. 위 실장은 나무호를 타격한 미상의 비행체가 드론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나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정보 내에서 정보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을 수 있다"며 "미사일이다, 드론이 아니다 그런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건을 호르무즈 해협 내 연쇄 공격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해당 해역 내 상선 피격은 나무호가 33번째이며, 직후 중국 선박이 34번째 공격을 받았다. 당국자는 "다른 사례들도 조사해서 점검하고 있고 그들의 대응 방안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 주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한·미 간 정보 공유 제한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외교부는 강하게 반박했다. 당국자는 "정보 공유 제한과 이 문제를 연계시키는 건 놀라운 상상력"이라면서 "그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과 처음부터 잘 소통하고 있고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된, 미국이 가진 정보를 입수해서 함께 분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과학연구소(ADD)등 소속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된 기술분석팀을 1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추가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좀 더 정밀한 현장 조사가 필요해서 추가 팀을 보내게 됐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