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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최초 칸 심사위원장' 박찬욱 "정치, 예술로 승화하지 못하면 선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
박찬욱 "100년 뒤 남을 영화 찾겠다"
나홍진 '호프' 등 한국 영
박찬욱 "100년 뒤 남을 영화 찾겠다"
나홍진 '호프' 등 한국 영
12일(현지시간) 박찬욱 감독은 개막 직전 열린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예술과 정치를 별개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가 정치적 주제를 다루는 것은 자유지만, 그것이 예술적으로 승화되지 못한다면 단순한 프로파간다(선전)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상금이나 영예의 향방이 "향후 50년에서 100년까지 생명력을 유지할 작품에 돌아가야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특정 이념이 담겼다는 이유로 가점을 주거나, 반대로 메시지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후보에서 제외하는 식의 편향성을 경계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영화제에서 박 감독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심사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그는 "한국 영화가 변방에 머물던 시절에도 뛰어난 역량을 갖춘 선배들이 많았다"며 "시간이 흘러 한국도 세계 영화의 중심 중 하나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시대에 맞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대목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다.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 명단에 포함된 것은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CJ ENM의 '브로커' 이후 4년 만에 거둔 쾌거다. 오는 17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이 작품은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트로피를 정조준하고 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출현하며 겪게 되는 혼란을 담아냈다. 배우 황정민이 출장소장 범석을, 조인성이 마을 청년 성기 역을 맡아 극을 이끌며, 정호연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외계 생명체로 합류해 글로벌 프로젝트의 면모를 갖췄다. 이들은 상영 전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축제의 열기를 더할 분위기다.
다만 수상까지의 여정은 험난할 내다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상자 속의 양'과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비터 크리스마스' 등 21편의 쟁쟁한 경쟁작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여성 감독의 활약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병행 섹션인 감독주간을 통해 상영된다. 상처 입은 두 영혼의 정서적 교감을 그려낸 이 영화는 가수 출신 김도연과 일본의 연기파 배우 안도 사쿠라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최원정 감독의 단편 '새의 랩소디'가 라 시네프 섹션에 진출하고, 배우 박지민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올해 칸은 한국 영화인들의 무대로 채워질 전망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