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등 첨단기술 발전 지속
고용 유연성 앞세워 업무 자동화
셰일혁명 뒤 에너지값 부담 줄어
케빈 워시 "AI로 생산성 더 늘 것"
“이렇게 높은 노동생산성이 지속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미국 노동생산성 향상을 두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5년간 높은 수준을 나타낸 미국 생산성 상승률에 놀라움을 드러낸 것이다. 고율 관세 부과, 외국인 근로자 추방 등 정책에도 이 같은 생산성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생산성 혁명을 맞고 있다”(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표현까지 나온다.
◇기대 이상의 생산성 향상
12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년(2019년 4분기~2025년 4분기)간 미국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연평균 2.1%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따로 떼어내도 상승률은 같다. 미국 생산성 상승률이 장기간 연 1%대에 머무른 것과 대비된다. 2007년 4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연평균 1.5%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19년 3분기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봤을 때 2026년엔 11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11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성 향상은 미국 경제 체력 증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 침체에도 Fed가 미국 잠재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을 기존 1.8%에서 2%로 상향한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전례 없는 고용 둔화 추세에서 나온 흥미로운 결과”라며 “연간 생산성 상승률이 1%이면 생활 수준은 70년마다 두 배가 되지만 2%이면 35년 만에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유연한 채용…효율적 직무 재배치
이 같은 생산성 향상 배경으론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클라우드, 화상 회의, 초고속 네트워크 등 2010년대 이뤄진 급속한 산업 기술 발전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노동부 통계를 기초로 2019~2024년 산업별 노동생산성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한 정보산업의 연평균 상승률이 5.8%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문 기술 서비스와 경영 관리 분야의 노동생산성도 밀어 올렸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이 스마트폰, 클라우드컴퓨팅 등 혁신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뤄진 기업의 생산성 혁신과 재택근무, 인력 재배치다. 이동 제한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많은 기업이 업무 자동화에 속도를 냈다. 재택근무 확대로 근로자들이 자신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로 이동하는 트렌드도 확산했다.
세 번째는 셰일혁명이 초래한 저렴한 에너지 비용이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경제권 대비 3분의 1 수준의 에너지 비용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전기가 저렴하고 풍부하면 기업은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며 “미국 광업 및 화학산업이 유럽과 달리 무너지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AI 효과는 이제부터”
미국 생산성 향상에는 인공지능(AI) 효과가 빠져 있다. 챗GPT 등 본격적인 AI 서비스 활용이 기업에서 이뤄진 기간이 1년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프로세스 재설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론 다르다. AI에 의지해 미국 생산성 향상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는 최근 “AI 덕분에 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지며 비용 압력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마나 살레힌 뱅가드 유럽투자전략그룹 헤드는 “미국의 역동적인 자본 시장, 유연한 노동력, 신흥 기술 분야에서 점한 선도적 위치 덕분에 미국은 다른 선진 시장 경제와 생산성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