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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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정학적 충돌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금융 제재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 질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각국의 움직임까지 더해져 위안화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가파른 위안화 가치 상승에 중국 수출 기업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달러 흔들리자 뜨는 위안화

10일 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 따르면 올 3월 위안화가 글로벌 국경 간 결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3.1%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달 주요 5대 통화 가운데 결제 비중이 전월 대비 높아진 건 달러와 위안화뿐이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비중은 모두 하락했다.

중국 내부에선 "위안화 국제화가 드디어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상하이통화포럼에서 저우샤오촨 전 중국 인민은행장은 현재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황금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정책이 달러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상품무역 흑자 확대, 위안화의 단계적 절상 압력, 자본 회귀 흐름 등이 위안화 국제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도 이같은 판단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 추진, 자본계정 개방 수준 향상, 통제 가능한 위안화 국경 간 결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내놨다. 명시했다. 실제 인민은행은 올 들어 위안화의 해외 사용 확대와 위안화 유동성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여러 제도를 선보였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지정학적 충돌 속에서 공급망 안전, 에너지 안보, 투자 분산 필요성이 커지면서 중국 경제와 위안화 자산에 대한 평가가 변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공급망, 제조 능력, 과학기술 혁신, 자산 분산 가치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본이 중국 자산을 사들이려는 조짐이다. 중국도 적극적으로 신에너지 분야 경쟁력을 위안화 자산 매력과 연결하고 있다

달러 흔들릴수록 기업 부담 눈덩이

이같은 환경은 위안화 가치에도 반영되고 있다. 인민은행은 최근 달러당 위안화 중간환율을 6.8위안대로 고시하고 있다. 2023년 4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위안화 가치다.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달러 대비 2.64% 절상됐다.

세레나 저우 미즈호증권 중국 전략가는 "최근 인민은행의 위안화 고시 수준을 보면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아시아 시장 심리 개선을 반영하고 있다"며 "미국과 이란이 평화 합의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기대가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위안화에 대한 신뢰까지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가치가 올 2분기 달러당 6.80위안, 연말에는 6.65위안까지 절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안화 골든타임 왔지만…환차손에 떠는 中 수출기업 [차이나 워치]
다만 위안화 강세로 중국 수출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위안화가 강해질수록 국제화 추진에는 유리하지만 중국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 매출을 위안화로 환산할 때 환차손이 발생한다.

환율 부담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일부 업종에선 현실화하고 있다. 비야디(BYD)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엔 약 19억위안의 환차익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에는 21억위안(약 4528억원)의 환손실을 냈다.

광모듈 제조 기업 이옵토링크는 환손실 영향으로 금융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678% 급증한 5억2200만위안을 기록했다. 건설기계 기업 싼이중공업도 올 1분기 약 8억위안의 환율 관련 손실을 냈다.

다만 중국 내에선 위안화 강세가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동오증권은 "중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더 이상 단순한 가격 우위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술 역량에 기반하고 있다"며 "국경 간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국 수출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과거보다 덜 민감해졌다"고 평가했다.

수출 기업들의 대응도 고도화하고 있다. 대형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선물환 계약과 옵션 등을 통해 큰 폭의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위안화 절상이 장기화하고 변동성이 커질 경우 수출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 능력은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위안화 강세는 중국에 기회이자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