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를 다룬 책은 이미 넘쳐난다. 머스크의 기행과 천재성, 미래 비전, 트위터 인수 같은 논란은 끊임없이 기사와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돼 왔다. 하지만 정작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따로 있다. ‘그래서 스페이스X는 어떻게 정말로 그 일을 해냈는가.’
민간 기업이 로켓을 재사용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고, 우주 산업의 판 자체를 뒤집는 데 성공하기까지 실제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신간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는 이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머스크 개인의 신화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스페이스X라는 조직 내부의 실패와 긴장, 집착과 노동을 다큐멘터리처럼 복원한다. 저자인 에릭 버거는 우주 전문 기자로 오랫동안 NASA와 민간 우주 산업을 취재해왔다. 그는 외부 관찰자의 거리감과 내부 취재의 밀도를 동시에 유지하며, 스페이스X가 어떻게 ‘현재가 미래를 앞지른 순간’을 만들어냈는지 추적한다.
책은 2023년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로켓 스타십의 시험 발사 장면에서 시작된다. 폭발 직전까지 치닫는 긴장감 속에는 지난 20년 동안 스페이스X가 반복해온 실패와 도전의 역사가 압축돼 있다. 스페이스X의 시작은 초라했다. 발사 실패가 이어졌고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이들은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기존 우주 산업의 관행을 뒤집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재사용 로켓 시스템이다. 팰컨9의 귀환 착륙 장면은 이제 익숙하지만, 책은 그 성공 뒤에 얼마나 많은 폭발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책이 ‘기술’보다 ‘사람’을 더 집요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 직원들은 일주일 80시간 이상 일했고,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면 회사에서 먹고 자다시피 했다. 일부 직원들은 머스크의 리더십을 공개 비판했다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혁신은 낭만이 아니라 극한의 압박과 소모 위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책은 숨기지 않는다.
빠른 실패와 빠른 개선, 과감한 설계 변경은 기존 항공우주 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책은 이 양면성 속에서 스페이스X 혁신의 본질을 읽어낸다. 이 책은 기업 성공담이나 머스크 평전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혁신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조직과 개인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