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휴 작가가 6월 24일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천휴 작가가 6월 24일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전 세계 뮤지컬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믿기 힘든 ‘사건’이 일어났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탄생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계 공연계 최고 권위인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극본상을 포함해 6관왕을 휩쓴 것이다.

경이로운 기록은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4년 11월 브로드웨이 정식 개막 이후 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오픈 런’으로 순항 중이다. 이달 3일까지 총 615회 공연 동안 평균 객석 점유율 96%를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8281만달러(약 1200억원)에 달한다.

DIMF가 놓은 인연의 다리

"믿기 힘든 사건" 美 뒤흔든 K뮤지컬…시작은 '대구'였다
작품의 시작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뜻밖에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해피엔딩’을 만든 ‘윌휴 듀오’(작곡가 윌 애런슨·작가 박천휴) 중 애런슨은 박 작가를 만나기 전인 2008년 DIMF 창작 지원작인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을 통해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이 작품은 DIMF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에 초청돼 최우수 뮤지컬상과 연기상을 거머쥐는 성과를 냈다.

애런슨은 DIMF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한 뉴욕 무대에서 중요한 인연을 맺었다. 당시 NYMF 집행위원장이던 아이작 로버트 허비츠가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것. 이후 프로듀서로 활동하게 된 허비츠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뉴욕 진출을 현지에서 이끌었다. 이 작품이 한국을 넘어 미국 관객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로봇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설정 위에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섬세하게 녹여낸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DIMF 창작뮤지컬상을 받은 뮤지컬 ‘셰익스피스’의 한 장면.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풀어낸 작품으로, 이번 20주년 축제에서 재공연된다.
지난해 DIMF 창작뮤지컬상을 받은 뮤지컬 ‘셰익스피스’의 한 장면.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풀어낸 작품으로, 이번 20주년 축제에서 재공연된다.
DIMF는 윌휴 듀오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데뷔작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2010년 DIMF를 통해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다른 창작진의 손을 거친 뒤 2012년 서울 공연에서 윌휴 듀오와 만났다. 윌휴 듀오가 직접 DIMF를 통해 작품을 출품한 것은 아니지만, DIMF가 먼저 발굴한 작은 원석이 여러 과정을 거쳐 결국 이들의 필모그래피로 이어진 것이다.

“DIMF의 완성은 뮤지컬 전용관”

지난해 대구 거리 공연 프로그램인 ‘딤프린지’ 참가팀이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 거리 공연 프로그램인 ‘딤프린지’ 참가팀이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은 결국 사람이 전부인 산업이다. 창작자의 역량과 그들을 잇는 인적 네트워크가 작품의 성패를 가른다. 그런 면에서 DIMF는 단순히 작품을 올리는 무대 제공을 넘어 전 세계 창작자들의 허브가 되고 있다. 이는 대구시와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투입 덕에 가능했다. 지난 20년간 DIMF에 투입된 예산은 시비와 국비를 통틀어 439억원에 달한다.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25% 늘어난 38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최근 대구에선 ‘뮤지컬 전용 극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용 극장을 중심으로 뮤지컬 아카데미와 무대 제작소 등의 기능을 집약한 이른바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특히 이 단지가 대구 산격청사(옛 경북도청) 부지에 들어서면 인근 대구콘서트하우스와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잇는 공연예술 클러스터가 형성돼 대구의 문화·경제적 활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DIMF가 20년 동안 이어져 왔음에도 대구에 제대로 된 뮤지컬 전용관 하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DIMF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용 공연장이 생긴다면 대구의 자산을 넘어 한국의 문화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실장은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으로 상시 공연 체계가 구축되면 티켓 가격이 안정돼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문화 균형 발전과 K뮤지컬의 세계화를 위한 전진기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허세민/오경묵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