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시위 당기는 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무공 탄신 제48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순신 장군께서 국난으로부터 나라를 구했듯 지금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 활시위 당기는 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무공 탄신 제48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순신 장군께서 국난으로부터 나라를 구했듯 지금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의 1.2배에 달하는 ‘적정임금’을 지급한다. 1년 미만 단기 계약직 근로자에게는 퇴직금 수준의 ‘공정수당’을 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일수록 보수가 더 많아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한 데 따른 제도 변화다.

◇1년 미만 비정규직에게도 ‘퇴직금’

공공부문 1년 미만 비정규직도 '퇴직수당' 받는다
28일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중앙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적정임금과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적정임금은 근로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말한다. 공정수당은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해 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먼저 내년부터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에게 월 254만5000원의 적정임금을 의무적으로 지급한다. 적정임금은 전국 지자체 생활임금의 평균값으로 정했다. 생활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가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정하는 임금 수준이다. 내년 적정임금(254만5000원)은 올해 최저임금의 118% 수준이다.

공공부문 근로자를 1년 미만 단기계약으로 채용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육아휴직 대체 근로자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임시로 고용하는 근로자와 같이 불가피하게 계약직 근로자를 1년 미만으로 써야 할 땐 비정규직 채용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근속 기간에 따라 공정수당을 계약 종료 시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공정수당은 적정임금의 8.5~10% 수준으로 책정했다. 적정임금 기준으로 산정하면 1~2개월 근무자(10% 적용)는 38만2000원, 7개월 이상 근무자(8.5% 적용)는 248만8000원을 받는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1년 이상 계약을 꺼리는 꼼수를 없애기 위해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도 퇴직금 수준의 공정수당을 보장한다.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주휴수당도 지급한다. 주휴수당을 아끼려고 초단기 근로자를 여러 명 쓰는 ‘쪼개기 계약’을 막기 위해서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수당과 퇴직금, 유급휴가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와 1년 미만 단기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강조했다. 작년 12월 국무회의에서는 “정부가 퇴직금을 주지 않겠다고 근로자를 11개월씩 계약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질타했다. 지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우리나라는 고용이 안정된 사람은 더 많이 받고, 똑같은 일을 하는데 고용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덜 받는다”며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이 정상적으로 주어진다면 똑같은 조건일 때 비정규직의 보수가 더 많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없앨 수도”

정부는 공공부문이 먼저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면 민간으로도 효과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했다.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에 한정된 대책인 만큼 최저임금 인상과 달리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이번 대책이 되레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기업의 수당 부담을 늘리는 방식은 노동시장을 더 경직화하고 청년 비정규직의 일자리마저 줄일 수 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직업훈련 참여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노동시장 이동을 촉진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올 3월 말 기준 2100여 개 공공부문의 기간제 근로자는 14만6400명이었다. 이 중 절반인 7만3200명(50.0%)이 1년 미만 단기 계약직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