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돈보따리 풀릴까…'삼전닉스' 잭팟 기대에 촉각 [테크로그]
빅테크 4사 실적 발표에 韓 반도체 주목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가이던스 관건
HBM·서버 D램 주문 흐름 좌우할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혜 기대감 촉각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가이던스 관건
HBM·서버 D램 주문 흐름 좌우할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혜 기대감 촉각
AI 투자 속도 유지될까…관건은 설비투자 가이던스
외신을 종합하면 4개 사의 올해 설비투자 합산 규모는 약 674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0조원에 달한다. 구글은 1750억~1850억달러, MS는 1400억달러, 메타 1150억~1350억달러, 아마존은 2000억달러 이상을 AI 인프라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지난해(합산 4100억달러)와 비교하면 6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업계에서는 빅테크가 단기간에 투자 속도를 급격히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AI 서비스 경쟁이 이미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 확보 경쟁으로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투자를 줄일 경우 미래 성장성에 기반한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설비투자 축소는 경영진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클라우드 성장세와 검색 광고 둔화 사이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구글 클라우드(GCP)의 성장세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올해 GCP 매출 추정치를 848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클라우드 사용량이 늘고, 기업 고객의 AI 워크로드(모델 학습·추론 등 연산 작업)가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인프라에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구글의 전통적 수익 기반인 검색 광고에는 부담 요인이 있다. AI 검색 기능 확산으로 이용자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바로 답을 얻는 ‘제로 클릭’ 현상이 늘어나면서 광고 노출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고 리서치업체 이마케터는 올해 구글의 광고 부문 성장률을 11.9%로 전망했다. 메타의 예상 성장률 24.1%와는 격차가 크다. 구글이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투자로 성장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검색 광고 둔화 우려를 얼마나 방어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MS, 애저 성장률이 AI 투자 논란 잠재울까
MS는 오픈AI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가장 먼저 AI 서비스를 상용화한 빅테크로 꼽힌다. 생성형 AI 기능을 오피스, 클라우드, 개발자 도구에 빠르게 붙이며 기업용 AI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AI 인프라 투자 부담도 동시에 커졌다. 지난 1월 실적 발표 당시 순이익이 전년 대비 60% 급증했음에도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적은 좋았지만, 투자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됐다.
이번 분기 애저 성장률이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에 부합하거나 이를 웃돌 경우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막대한 AI 서버 투자가 실제 클라우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AI 인프라 투자비 회수 시점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메타, AI 광고 효율로 성장…인프라 투자 부담은 변수
메타의 성장 동력은 광고 효율 개선이다. 인스타그램 릴스의 숏폼 광고 수익화가 안정되고 있고, AI 기반 추천·타기팅 기술이 광고 전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추천 시스템 도입 이후 미국 내 릴스 시청 시간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광고 재고가 늘고, 맞춤형 광고 효율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메타 역시 AI 인프라 투자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1150억~13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자체 AI 모델 개발,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서버 투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탄탄한 만큼 단기 부담을 흡수할 여력은 있지만, 시장은 투자 증가 속도와 수익성 방어 여부를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AWS와 광고가 떠받치는 이중 성장축
아마존의 핵심은 여전히 AWS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이 AI 모델 학습과 추론 작업을 클라우드로 옮기면서 AWS의 서버 수요도 커지면서다. 모건스탠리는 기업들의 AI 연산 수요가 AWS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기보다 AWS 같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광고 사업도 아마존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확보한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 상품은 수익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광고 마진 개선이 AWS와 함께 아마존의 ‘이중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60% 늘린 2000억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물류 자동화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함께 포함돼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AI 인프라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쏠려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주문 계속 폭주할까
특히 HBM은 AI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GPU와 함께 패키징돼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데 쓰인다. AI 모델이 커지고 추론 수요가 늘어날수록 더 높은 대역폭과 용량을 갖춘 메모리가 필요하다.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가면 국내 메모리 업체의 중장기 수요 전망도 함께 좋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112% 급등했고, 낸드 가격도 80~93% 올랐다.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투자 계획이 시장 기대를 충족하거나 웃돌 경우, 2분기 이후 메모리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리는 기업으로 꼽힌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72%로 삼성전자 43%, 엔비디아 65%, TSMC 58.1%를 웃돌았다. HBM 시장 점유율도 약 59%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구조가 빅테크의 AI 가속기 수요와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빅테크 실적 발표는 AI 투자 열기가 실제 산업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에픽AI는 "이번 빅테크 실적 발표가 AI 밸류체인 전반의 구조적 성장 내러티브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단기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