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인 줄 알았는데…온통 시퍼렇게 물들인 선거 현수막 [현장+]
민주당 후보, 유력인사 친분 전면 배치
국힘 후보, 빨강 벗고 당과 거리 두기
전문가 "일방적 구도 속 정책 실종"
국힘 후보, 빨강 벗고 당과 거리 두기
전문가 "일방적 구도 속 정책 실종"
최근 당정 지지율은 고공행진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작 지역 유권자를 위한 정책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재명 라인' 내세우는 민주당 후보들
최근 공천이 확정된 정순욱 민주당 의왕시장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 후보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이재명과 함께해온 인물들의 결집을 통한 변화 추진"이라는 글과 함께 해시태그 '이재명 라인'을 달며 친분을 강조했다. 조상호 민주당 세종시장 후보 역시 지난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 출신으로 소개하며 행정수도 세종 완성 국정과제를 직접 성안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인 지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기 지역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한 민주당 예비후보는 홍보물에 '전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 경력을 기재하며 '이재명을 지킨 사람 이재명이 보낸 사람'이라는 문구를 활용했다. 또 다른 서울 지역 기초단체장 출마자 역시 '이재명이 선택한 민생경제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 "빨간 옷 벗어라" 당색 지우기 나선 국민의힘 후보들
국민의힘 후보들의 행보는 정반대다. 일부 후보들은 당을 상징하는 빨간 옷 대신 흰색 옷을 입고 길거리에 나서고 있으며, 한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 지방의회 출마자는 명함과 외벽 현수막 배경을 빨간색 대신 흰색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역시 지난 14일 밤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지방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선대위를 구성해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하며 당과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도 예외가 아니다. 중앙당은 최근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활용한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일각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과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저조한 지지율 속에 당색마저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 여·야 지지율 양극화가 만든 풍경
특히 민주당 후보들은 현직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가 지역 현안 해결과 정책 추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에 육박하는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이들 후보에게 정치적 후광을 넘어선 실질적 홍보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대리전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어 지역 현안보다는 중앙의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선거 캠페인이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권 후보자들은 공약이나 정책 역량을 부각하기보다 공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앞세우는 데 더 집중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수공천이나 전략공천보다 경선을 확대해 후보자 개인의 역량과 지역사회 기여도를 실질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유권자 역시 인물이나 정당 중심의 투표 행태에서 벗어나 후보자의 공약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상철 경기대 명예교수는 "정책 대결은 지향점이 다른 정당 간 구도가 형성돼야 가능한데 야당인 국민의힘이 내부 진영 논쟁에 치중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당인 민주당 역시 당내 권력 구조가 분화하면서 정책 경쟁보다는 인맥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선거가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정당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각각 5.4%, 3.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