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원이 인정한 '유죄'를 '기레기 모함'이라고 우기는 김포시의원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나상훈)가 내린 박진호 김포시갑 당협위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이다. 재판부는 박 위원장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하고 1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핵심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중 일부가 '유죄'로 인정됐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상 허용되지 않는 방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시하며, 죄책이 가볍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등 다른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법을 위반했다는 사법부의 판단 자체는 엄연한 사실로 남는다.
문제는 판결 직후 황 의원이 박 위원장의 SNS에 남긴 댓글이다. 황 의원은 "기레기 기자를 포함한 악의적인 자들의 모함에 얼마나 힘들었냐"며 위로를 건넸다. 유죄 판결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기레기'라는 멸칭으로 비하하고, 법적 심판의 과정을 '모함'으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 '기레기' 비하와 사과...삭제로 인식이 가려지나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한국기자협회 김포지회 등 언론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공직자가 사실에 기반한 보도를 '모함'으로 몰아세우며 언론인 전체를 조롱한 것은 민주주의의 파수꾼인 언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뒤늦게 해당 댓글에서 '기레기' 표현을 삭제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 진정한 '진실'은 사법부 판결문에 있다
황 의원은 댓글 수정 후에도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문구를 남겼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실은 박 위원장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사법부의 판결문에 적혀 있다. 오히려 그 유죄 판결을 음해나 모함으로 치부하려고 한 황 의원의 초기 대응이야말로 시민의 눈을 가리는 행위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인은 유리할 때는 언론을 이용하고 불리할 때는 언론을 적대시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시의원이라는 직분은 진영의 논리보다 법치와 상식을 우선시해야 하는 공적인 자리다. 본인의 과오나 소속 정당의 허물을 지적하는 언론에 대해 ‘기레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황 의원은 이번 사태를 무겁게 되새겨야 한다. 삭제된 댓글 뒤에 숨은 공직자의 인식이 어떠한지, 시민은 투표함 앞에서 준엄하게 물을 것이다. 공직자의 언어는 지역의 자부심이어야 하지, 부끄러움이 돼서는 안 된다.
김포=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