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피아니스트를 꼽을 때면 이름이 빠지기 어려운 연주자다. 그는 큼지막한 국제 행사에서 단골처럼 연주를 맡아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등의 개막식에서 공연했을 뿐 아니라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성화 봉송 개막 행사와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연주했다. 2009년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위한 축가를 선보이기도 했다.
랑랑의 연주는 중국의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를 동경하던 아이들이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자로서의 꿈을 키웠다. 랑랑에 따르면 중국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4000만명이 넘는다고.
“이들 모두가 전문 연주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들이 음악과 성장한다는 점이죠. 이 아이들은 더 창의적이고 공감할 줄 알며 귀를 잘 기울이는 사람이 될 겁니다. 4000만명 중에서 또 새로운 뛰어난 음악가가 등장하게 되겠죠.” 랑랑은 2008년 랑랑국제음악재단을 설립해 어린 연주자들을 직접 후원하고 있다.
대중과 가까이하는 랑랑은 현대 음악가라면 연주 실력뿐 아니라 소통 역량도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플랫폼에서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음악은 어디에나 있어요. 스트리밍으로 나오고 빠르게 퍼지며, 휴대폰을 통해 전달됩니다. 오늘날의 젊은 피아니스트는 자신만의 진솔한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동시에 깊이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죠. SNS만으론 지속적인 커리어를 만들 수 없습니다. 기반은 항상 진지한 공부와 진정성 있는 음악이어야 하죠. 기술은 음악을 위한 것이지,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됩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랑랑은 지난해 10월 발매한 앨범 ‘피아노북2’의 수록곡들을 연주한다. 2019년 내놓은 앨범 ‘피아노북’의 후속작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과 31번, 모차르트의 론도, 리스트의 ‘위로’와 ‘타란텔라’ 등을 들려준다. 알베니즈의 ‘스페인 모음곡’ 발췌 연주와 그라나도스의 작품도 준비했다. 고전주의의 정수인 모차르트와 베토벤에서 스페인의 정열적인 음악으로 이어진 뒤 연주자의 기교를 만끽할 수 있는 리스트의 곡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전 이 모든 곡이 공통적으로 뭘 공유하고 있는지를 자문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진정성’이었죠. ‘피아노북2’의 작품들은 소품들이지만 매우 솔직합니다. 불필요한 게 없죠.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역시 때로는 잔혹할 정도로 철저하게 진솔합니다. 스페인 작품들, 알베니즈와 그라나도스의 음악은 기쁨과 삶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죠.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음악적 진실의 다양한 얼굴을 다루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 흐름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친밀하고 순수한 순간에서 시작해, 깊이 있는 사유를 거쳐 열정적으로 빛나는 지점까지 이어지는 여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