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탕 연설'에 亞 증시 일제히 무너졌다
종전 계획 안나오자 싸늘해진 시장
코스피·코스닥 매도 사이드카
日 닛케이·中 상하이 지수 하락
美 외교가 "호르무즈 해협 포기
베트남전 패배보다 더 큰 타격"
코스피·코스닥 매도 사이드카
日 닛케이·中 상하이 지수 하락
美 외교가 "호르무즈 해협 포기
베트남전 패배보다 더 큰 타격"
연설 전날 시장 안팎의 기대감은 부풀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에서 “휴전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증시는 상승하고, 유가는 급락했다.
하지만 오후 9시 시작된 연설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의 방식이나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앞으로 2~3주 동안 강한 타격을 하겠다”며 합의를 종용했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종전 계획과 호르무즈해협 통행 재개, 지상군 파병 여부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루스소셜 내용을 재탕했다”고 혹평했다.
◇실망한 금융시장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아시아를 시작으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날 8.44% 급등한 코스피지수는 연설 전만 해도 1%대 상승세를 나타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면서 시장은 싸늘하게 식었다. 상승폭을 계속 반납하던 코스피지수는 연설이 시작된 지 17분 후에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오후 2시34분과 46분에는 각각 코스닥,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이날 0.61% 오르며 개장했으나 2.38% 급락 마감했다.
달러인덱스(DXY)는 0.48% 상승해 100.13 수준(오후 5시 기준)으로 올라왔다. 각종 암호화폐 가격도 일제히 급락했다. 온라인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서 이달 말까지 이란 전쟁이 휴전할 가능성에 베팅한 비중은 연설 전에는 40%였으나 연설 후에는 28%로 내려갔다. 6월 말까지 휴전할 가능성도 66%에서 61%로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빠르게 끝내기 위해 강한 타격을 언급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전쟁이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중동 분쟁 확대될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새로이 던진 메시지는 거의 없었다. 민간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 이란의 변화를 불러일으킬지는 확실하지 않다.타격 후에도 이란이 항복 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에 관해 각국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해협을 그냥 장악하라”고 말한 것은 오히려 불안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이 분쟁이 끝나면 해협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포천지는 이날 호르무즈해협을 포기한 채 이란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것이 미국에 “수십 년에 걸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른 나라들도 저마다 핵을 보유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행방이 묘연한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국민 연설에서는 핵 개발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위성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란이 추진하는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를 다른 나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다. 저마다 이란의 통제력을 약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이 끝없는 분쟁을 벌이게 되고, 이 경우 미국도 다시 중동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에너지 고문을 지낸 밥 맥널리는 포천지에 이 경우 “베트남전 패배보다도 미국 외교정책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 타스님통신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날 중동 내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공장을 보복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공격 시점과 시설 피해 정도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