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대에도…김용범 "안정 구간 복귀할 것"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일 현 원·달러 환율의 흐름에 대해 “과거와 달리 원화 약세를 구조적으로 증폭시키던 내부 요인들이 상당 부분 완화된 상태”라며 “환율 역시 기존의 밴드로 점진적으로 회귀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기간(전쟁)에 발생한 환율 변동성 역시 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전쟁 이전 143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 매도 자금의 대규모 달러 환전 수요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한 달 사이 1500원대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급등했다”면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급격한 원화 약세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는 전통적인 외환위기 형 흐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썼다.

이어 “과거 원화 약세가 구조적으로 심화하던 국면에서는 경상수지 악화, 대외 신용 불안, 지속적인 자본 유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이러한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주식 시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외국인 매도 자금이 단기간에 달러 수요로 전환되며 환율을 밀어 올린 전형적인 ‘수급 충격형 상승’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이어 “주식 시장에서의 포지션 청산이 외환시장으로 그대로 전이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원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인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 이른바 ‘서학개미’ 흐름은 이전 대비 둔화한 국면에 접어들었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해외 투자 역시 속도 조절이 이루어지면서 지속적인 달러 수요 압력은 한층 낮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또 지난 1일부터 한국 국채가 1일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 점도 중장기적으로 원화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실장은 “이번 환율 급등은 구조적 위기의 신호라기보다는, 주식 시장발 수급 왜곡이 외환시장에 일시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외부 충격이 완화되고 주식 시장의 수급이 정상화될 경우, 환율 역시 기존의 밴드로 점진적으로 회귀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력이 견조하다”며 “외부 요인에 의해 왜곡되었던 지수는 결국 펀더멘털을 향해 수렴할 가능성이 높으며, 환율 역시 수급 정상화와 제도적 요인의 뒷받침 속에서 점진적인 안정 구간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썼다.

이날 오전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153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던 것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이란 전쟁 종결이 미지수인 탓에 여전히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높은 광의통화(M2) 증가율, 26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전쟁 이후에도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통화량 등을 계산해보면 종전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이상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원화의 구조적 약세 요인이 완전히 상쇄됐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