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일 오후 4시 48분

금융지주사들이 자회사를 통한 기업 지분 투자를 줄이고 있다. 강도 높은 건전성 규제 탓에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벤처 투자가 부담스러워졌다는 설명이다. 벤처 시장의 ‘큰손’인 금융지주의 태세 변환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본 건전성 규제에…금융지주, 지분 투자 줄였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캐피탈 자산은 지난해 말 18조224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9% 감소했다. 우리금융캐피탈(-3.2%) 신한캐피탈(-0.5%) 자산도 역성장했다. 자동차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KB캐피탈(0.3%)만 4대 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이 늘었다. 신한캐피탈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주식)’ 자산 규모는 2024년 말 1464억원에서 지난해 말 1319억원으로 줄었다.

은행계 금융지주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투자금융 등 위험성이 큰 자산을 늘리면 건전성에 부담을 주고 주주 배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상장사여서 주주 배당을 위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산정한다.

지분 투자를 포함한 주식에는 위험가중치 250~400%가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20%)은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120~150%)보다 훨씬 높다. 투자금융을 늘리면 RWA가 커져 CET1 비율이 떨어지는 구조다. 캐피털사뿐 아니라 은행, 증권사, 벤처투자사 등 모든 은행지주 계열사가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

일각에선 경직적인 자본 규제가 생산적 금융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금융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출자하는 것으로 생산적 금융의 핵심 수단이다.

M&A 자금을 빌려주는 인수금융의 위험가중치도 100%로 높은 편이다. 은행지주 계열사가 투자금융과 인수금융을 줄이면 M&A, 벤처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지주 계열사는 경과규정을 통해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위험가중치를 400%로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을 늘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만 해도 RWA가 늘어 CET1 비율 관리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계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투자캐피탈(9.7%) 메리츠캐피탈(20.0%) 등 비은행 금융지주 계열사 자산은 전년 말 대비 급증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