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자회사를 통한 기업 지분 투자를 줄이고 있다. 강도 높은 건전성 규제 탓에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벤처 투자가 부담스러워졌다는 설명이다. 벤처 시장의 ‘큰손’인 금융지주의 태세 변환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캐피탈 자산은 지난해 말 18조224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9% 감소했다. 우리금융캐피탈(-3.2%) 신한캐피탈(-0.5%) 자산도 역성장했다. 자동차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KB캐피탈(0.3%)만 4대 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이 늘었다. 신한캐피탈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주식)’ 자산 규모는 2024년 말 1464억원에서 지난해 말 1319억원으로 줄었다.
은행계 금융지주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투자금융 등 위험성이 큰 자산을 늘리면 건전성에 부담을 주고 주주 배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상장사여서 주주 배당을 위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산정한다.
지분 투자를 포함한 주식에는 위험가중치 250~400%가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20%)은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120~150%)보다 훨씬 높다. 투자금융을 늘리면 RWA가 커져 CET1 비율이 떨어지는 구조다. 캐피털사뿐 아니라 은행, 증권사, 벤처투자사 등 모든 은행지주 계열사가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
일각에선 경직적인 자본 규제가 생산적 금융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금융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출자하는 것으로 생산적 금융의 핵심 수단이다.
M&A 자금을 빌려주는 인수금융의 위험가중치도 100%로 높은 편이다. 은행지주 계열사가 투자금융과 인수금융을 줄이면 M&A, 벤처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지주 계열사는 경과규정을 통해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위험가중치를 400%로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을 늘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만 해도 RWA가 늘어 CET1 비율 관리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계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투자캐피탈(9.7%) 메리츠캐피탈(20.0%) 등 비은행 금융지주 계열사 자산은 전년 말 대비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