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일 헌법상 대통령 고유 권한인 긴급재정명령권을 언급했다. 중동 사태 여파로 원유 등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에 부여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하라는 취지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어떤 상황의 대응책을 고민할 때 기존 관행이나 통상적 절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나온다.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때 대통령이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할 수 있다. 1993년 이후 긴급재정명령이 발동된 적은 없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긴급재정명령을 통해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했다.

이 대통령은 “‘법 때문에 안 되는데 어떡하냐’고 하지 말고, 현재의 제도나 법령의 제한을 극복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는 관행에서 벗어나더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수입과 관련한 제도를 예로 들며 “법에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 모아서 가져오라”며 “입법도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헌법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실제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긴급재정명령을 지금 당장 검토한다기보다는 정부가 가진 법률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는 담당 품목 동향을 일일 단위로 세밀하게 모니터링해달라”며 “요소수, 헬륨, 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 역시 전시물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종량제 봉투 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재고가 충분하다”며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일인데 지엽적인 일부 문제가 과장되고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