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지원 예산이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풍부해 각 시도 교육청 주도로 고교 무상교육을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또 내년부터 출국납부금과 박물관·고궁·왕릉 입장료 등이 인상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7년 예산편성지침’을 30일 발표했다. 매년 3월 말 전달되는 이 지침을 토대로 각 부처는 5월 말까지 예산당국에 예산요구서와 지출 감축 방안을 제출한다.
내년 예산편성지침에선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방안이 눈에 띈다.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축소해 2027년 말 예정대로 폐지(일몰)하기로 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비, 학교운영비 등을 전액 면제하는 제도로 2021년 전면 시행됐다. 현재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는 구조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국비 지원 비율은 종전 ‘47.5%’에서 ‘47.5% 이하’로 조정됐다. 올해는 30%(5785억원)만 지원한다. 정부는 내년 지원 비율을 더 낮춘 뒤 국회와 협의를 거쳐 2027년 예정대로 일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예산처는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더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매년 내국세의 20.79%와 금융회사 등이 부담하는 교육세를 교육교부금으로 받아 재원을 마련한다. 한국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 10년(2015~2025년) 동안 교육교부금은 39조4000억원에서 72조3000억원으로 약 33조원 늘었다. 하지만 저출생 여파로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616만 명에서 511만 명으로 100만 명 넘게 감소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재정은 급격히 늘어나는 셈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하는 예산에 비해 교육의 질이 낮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교부금을 내국세와 연동하는 방식이나 연동 세율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용범 예산처 예산실장은 “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은 법 개정 작업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성격의 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예산편성지침에 포함됐다. 예산처는 민간에 비해 사용료가 훨씬 낮은 부담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해외로 출국하는 승객에게 부과하는 출국납부금과 박물관·고궁·왕릉 입장료가 인상 대상에 올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입장료를 유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입장객은 650만 명으로 전년(378만 명) 대비 72% 급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져 싸게 느껴질 것 같다”며 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