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팬데믹 기간에도 극장 수(미니 시어터 기준)가 줄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물론 일본에서도 전통의 ‘이와나미 홀’과 간사이 지역의 미니 시어터 문화를 이끌었던 ‘테아트르 우메다’가 폐관하긴 했지만 일본 전역을 기준으로 하면 미니 시어터는 오히려 증가했거나 그 수를 유지했다[1]. 이는 폐관한 미니 시어터보다 개관한 미니 시어터가 더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앞서 소개한 2022년 태생의 ‘시네마 스트레인저’가 팬데믹 기간에 문을 연 대표적인 사례다.
그만큼 일본의 미니 시어터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이고, 독특한 모델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주영화’라고 하여 독자적인 프로그램과 영화의 발굴을 미니 시어터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로 삼는다. 한국의 예술영화관들이 (극장마다 서로 다른 특별전을 여는 최근의 트렌드 이전에) 같은 시기에 수입되는 예술영화들을 비슷하게 상영하는 것과는 다른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미니 시어터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 외에도, 감독을 발굴하고, 영화를 직접 수입, 배급하거나 영화적 재능을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확장하여 하나의 인스티튜트로 활약해왔다. 분명 미니 시어터는 일본의 독립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아오야마의 ‘이미지 포럼’과 함께 시부야에 위치한 ‘유로스페이스’는 그러한 일본 미니 시어터의 상징이다.
일본 커뮤니티시네마 센터의 총괄 디렉터인 이와사키 유코씨에 따르면, 유로스페이스는 1977년, 그 명칭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호리코시 켄조에 의해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미니 시어터이다. 이와사키 씨는 극장을 창설한 호리코시 켄조에 대해 “레오스 카락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세계적인 감독들의 작품을 누구보다 먼저 발굴하고 배급하며 일본 영화 문화의 지평을 넓힌 인물”로 언급했다. 이어서 그녀는 유로스페이스가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준 문화적 토양이었으며, 커뮤니티시네마 센터 설립과 영화미학교 창설에 깊이 관여하며 미야케 쇼 감독을,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영상연구과 설립을 통해서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 작가를 세상에 배출했다고”고 설명했다. 사실상 유로스페이스는 하마구치 류스케를 발굴해낸 극장으로 알려져 있다. 극장이 나서서 무명의 감독을 발굴하고, 조명해서 세상에 내보낸다는 것은 영화제로 주로 데뷔를 하는 한국과 미국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일본 미니 시어터만의 매우 독특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전통조차 유로스페이스가 선구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날의 매진은 유로스페이스가 가진 힘이었다. 이곳에 오는 관객들은 극장의 프로그램에 대한 엄청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유로스페이스에서 2004년에 상영했던 <고양이를 부탁해>(2001)가 그 예다. 당시 한국에서도 신인이었던 정재은 감독의 데뷔작을 일본의 미니 시어터가 오로지 아티스트의 재능과 영화의 예술성만 고려해 선택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뚝심과 비전은 현재 유로스페이스가 가진 전통과 신뢰의 기반이 되었다.
유로스페이스 홈페이지. 김선영 배우가 출연하는 가성문 감독의 영화 <드림팰리스> 상영 소식을 전하고 있다. / 사진. 유로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처
유로스페이스는 시네필이 아닐지라도 일본을 여행하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정도로 감동적인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영화뿐만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역사가 있었다. 수많은 감독들의 데뷔작이 오로지 이 극장의 선택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고, 관객과의 교류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헌신적인 시네필 문화를 부러워하기에 앞서 현재 한국의 예술영화관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