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 행동이 확대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

열흘간의 공격 유예 기간을 부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6일(현지시간) 조치에 대한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의 판단이다. 이 기간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나서겠지만 협상 결과만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일부 영토를 점유하는 등 제한적인 지상전 수행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상군, 제한적·단기 작전 예상”

'공격 유예' 연막치고 지상군 파병…이란 급소 노리는 트럼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전쟁부(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많은 군사적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중동에 최대 1만 명의 지상군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보병과 기갑 부대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호르무즈해협으로는 약 5000명의 해병대와 3000명의 공수부대 병력이 이동 중이다.

액시오스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전쟁부가 ‘최후의 일격’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며 지상군 투입과 대규모 폭격 작전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한 중재국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제안한 15개 협상안을 이란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지상군 파견 규모로 볼 때 장기적인 지상전이 아니라 제한적·단기 작전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본격적인 지상전에 나서기에는 병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미 지상군이 이란 석유산업의 심장부인 하르그섬을 타격하거나 점령하는 것이다. 하르그섬은 이란 본토에서 약 24㎞ 떨어진 해상에 있다. 전체 원유 수출의 약 90%가 이뤄지는 핵심 인프라다. CNBC는 “하르그섬을 타격하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순식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경우 이란의 강력한 보복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 확전 위험이 크다.

다른 시나리오는 호르무즈해협의 핵심 거점인 케슘섬 혹은 라라크섬 점령이다. 케슘섬은 걸프만 최대 규모의 섬으로, 해협의 병목 지점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이란이 대함 미사일, 기뢰, 드론 등을 지하 터널에 배치한 만큼 이곳을 장악하면 이란의 해상 차단 능력을 크게 약화할 수 있다.

라라크섬은 벙커와 군함으로 이뤄진 요새로 호르무즈해협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액시오스는 “이란은 이곳에 상선을 공격할 수 있는 고속정 등을 갖췄다”며 “라라크를 장악하면 이란의 상선 공격과 기뢰 설치를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사이의 아부무사섬과 대·소턴브섬 등 3개 도서를 점령할 가능성도 있다. 아부무사섬은 이란군의 미사일 및 무인기, 지뢰 기지가 있는 이란 전초기지로 알려졌다.

◇“이란, 하르그섬에 방공전력 배치”

핵 물질 확보를 위해 이란 내륙을 급습하는 작전도 선택지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보유한 400㎏ 이상의 재처리 핵 물질을 목표로 한 특수작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이 물질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고 일정 수준 이상의 병력과 지속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맞서 이란은 100만 명 넘는 병력을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날 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상전을 위해 100만 명 이상을 조직한 것 외에도 바시즈 민병대, 이란혁명수비대, 정규군 센터에 참전하겠다는 이란 청년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의 하르그섬 등에 대한 상륙·강하에도 대비하고 있다. CNN은 “이란이 하르그섬에 병력과 휴대용 지대공 유도 미사일 시스템(MANPADS) 등 방공 전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은 미국이 발전시설을 공격하면 “주변국의 발전소 및 석유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를 보복 공격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하면 미국이 장기전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상군을 대규모로 투입해 통제 불가능한 장기전으로 빠져들면 안 된다”며 “현재의 군사적 성과를 근거로 ‘충분히 목표를 달성했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안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뉴욕=박신영 특파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