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다이너의 외관 / 사진. ©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의 외관 / 사진. © 이진섭
로드트립과 미래도시의 유전자가 만난 다이너:
'EV를 충전하는 시간 동안 고객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근원적 질문에서 출발

2025년 7월 21일 테슬라는 미국 LA 할리우드에 전기차(이하 EV) 충전, 드라이브인 영화관, 그리고 레스토랑이 결합된 ‘테슬라 다이너’를 오픈했다. 테슬라 다이너가 위치한 산타모니카 블러바드는 미국의 로드 트립 문화의 상징인 국도 66번(Route 66) 중의 일부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1950년대 로드 트립 문화 위에 꽃피웠던 드라이브인(Drive-In: 자동차를 탄 채로 입장해 영화관, 식당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 미래도시 콘셉트를 결합시켜 테슬라 다이너를 구상했다.

LA, 샌프란시스코 등이 속한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면서도 테슬라 EV 판매와 충전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장성과 함께 머스크가 할리우드에 테슬라 다이너를 세운 이유는 로보택시, 옵티머스(테슬라의 피지컬 AI/로봇), 슈퍼차저(EV 초고속충전기), 오아시스 프로젝트(태양열 기반의 파워플랜트), 스타링크(위성 통신) 등 테슬라의 핵심 제품과 서비스를 한꺼번에 실험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레스토랑이나 서비스 과정이 복잡한 형태보다 햄버거, 튀김 등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서빙하는 간이식당 포맷에 EV를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슈퍼차저와 충전 대기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인 영화관을 결합해 테슬라 다이너를 구성한 것도 모두 머스크의 큰 그림이다. 이 모든 것은 ‘EV를 충전하는 시간 동안 고객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테슬라 다이너에 있는 슈퍼차저와 드라이브인 영화관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에 있는 슈퍼차저와 드라이브인 영화관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의 슈퍼차저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EV / 사진.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의 슈퍼차저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EV / 사진. ©이진섭
오픈한지 약 반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곳을 직접 찾아가 고객과 탐색자의 경계 어딘가에서 방황해보기로 했다. 방문 당시 (2026년 1월) 테슬라 다이너는 구글맵 평점 3.9이었다. 리뷰에는 다소 비싼 음식에 대한 언급과 함께 호평과 혹평이 섞여 있었고, EV 충전과 시설, 옵티머스의 서빙 여부 등 일반 다이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언급되어 있었다. 만약에 오로지 간단한 끼니를 해결할 목적이라면 구글맵에서 근처의 인앤아웃 버거(평점 4.3)나 맥도널드(평점 3.7)를 찾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테슬라 다이너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배고픔보다는 다른 목적성이 더 크다. 아마도 현재와 미래 기술이 연결되는 체험의 플랫폼으로서 테슬라 다이너를 접근한다면, 그곳에서 치른 비용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 줄 것이다.

EV를 위한, EV에 의한 그리고 EV를 넘어선 그 무언가를 향한.

테슬라 다이너는 UFO처럼 생긴 은색 건물인데, 전체적으로 2층에 루프탑 공간을 갖고 있는 구조다. 약 250여 명의 고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약 80여대의 슈퍼차저가 있다. EV 충전 구역 상부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캐노피(지붕)가 있어 차량에 그늘을 제공하는 동시에 태양광 발전 용도로 쓰인다.
 테슬라 다이너의 EV 충전 구역 상부에는 대규모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캐노피(지붕)가 있다. / 사진. ©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의 EV 충전 구역 상부에는 대규모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캐노피(지붕)가 있다. / 사진. © 이진섭
기본 테마가 EV를 기반으로 설계된 장소라서 테슬라 다이너에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 이하 ICE) 차량을 끌고 갈 경우 말 그대로 주차장 입구 컷을 당한다. 하필 방문 첫날 타고 다닌 차가 ICE 차량이어서 다음날 테슬라 Y를 렌트해 테슬라 다이너를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슈퍼차저에 차를 세우고, 충전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쟀다. 테슬라 다이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점원은 옵티머스다. 이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옵티머스가 햄버거와 콜라를 서빙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옵티머스는 팝콘 주기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날 보기 힘들다. (직원 말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서 피곤해서 휴가를 떠났다.”고 했다.)
테슬라 다이너의 브랜드 머천다이징 / 사진. ©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의 브랜드 머천다이징 / 사진. ©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의 메뉴 패드 / 사진. ©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의 메뉴 패드 / 사진. © 이진섭
들어가자마자 탭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한다. 햄버거, 핫도그, 밀크쉐이크, 파이 등이 보이고, 사이버 트럭 모양의 기념품과 브랜드 앰블럼, 티셔츠 등이 쇼케이스에 진열되어 있었다.

메뉴 패드에서 햄버거와 함께 감자튀김과 치킨텐더, 그리고 콜라를 시켰더니 가격이 약 38달러(약 57,000원) 정도 나왔다. LA의 살인적인 물가를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었기에 이 정도면 양호하네? 라며 마음을 달래고, 테이블에 앉았다. 음식이 나올 때를 기다리면서 2층 루프탑으로 향했다. 통로에는 옵티머스의 2022년 버전인 범블비가 있었다. 마치 노출형 조립식 컴퓨터를 연상시키는 듯한 이 모델은 지금 보니 MIT 공대 실험실에서나 볼 법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2층에 올라가니 현재 버전의 테슬라 로봇 옵티머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머지않은 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옵티머스로 대체될 것을 생각하니 희망차면서도 씁쓸한 기분이었다.
[왼쪽부터] 테슬라 로봇 범블비(2022년 모델)와 옵티머스 Gen 2(2023년 모델) / © 이진섭
[왼쪽부터] 테슬라 로봇 범블비(2022년 모델)와 옵티머스 Gen 2(2023년 모델) / ©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에서는 주문한 음식이 사이버트럭 박스에 담겨서 나온다. / 사진.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에서는 주문한 음식이 사이버트럭 박스에 담겨서 나온다. / 사진. ©이진섭
음식을 받으러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주방에서 ‘사람’이 만든 메뉴들이 사이버트럭 박스에 담겨서 나온다. 버거의 패티나 내용물은 특별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았고, 감자튀김이나 치킨텐더 등도 미국의 버거 하우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맛이었다. 음식을 맛본 후 매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니 다이너 창가에 적힌 테슬라의 미션이 눈에 들어왔다.

“Accelerating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Abundance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 세계적 순환을 가속화)”
테슬라 미션
테슬라 미션 "Accelerating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abundance" / 사진.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에 도착하자마자 EV를 슈퍼차저에 충전한 지 약 25분이 흘렀다. 차는 80%까지 충전되는 시간 동안 나는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고, 세상에 뿌린 한 기업의 씨앗들이 점차 열매로 익어가는 모습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머스크의 시작점은 세상의 비웃음과 조롱으로 가득했었지만, 그가 실현시킨 (혹은 앞으로 실현시킬) 모든 것들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다.
테슬라 다이너의 외관 측면 / 사진. ©이진섭
테슬라 다이너의 외관 측면 / 사진. ©이진섭
LA=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