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의 스테인리스에 은빛 제주가 일렁인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본태박물관
12년만 신관 '본스타' 오픈
지하 1층 쿠사마 야요이, 박선기 작가 작품,
1층 안도 다다오 건축 여정 돌아보는 전시,
2층은 테라스 카페 겸 바로 운영
12년만 신관 '본스타' 오픈
지하 1층 쿠사마 야요이, 박선기 작가 작품,
1층 안도 다다오 건축 여정 돌아보는 전시,
2층은 테라스 카페 겸 바로 운영
하늘과 바람, 물, 빛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그에게 제주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팔레트였다. 본태박물관 설립자인 이행자 대표의 의뢰로 박물관의 제1·2전시관을 설계한 그는 제주 산방산과 남쪽 해안을 중심으로 박물관을 그려나갔다.
무엇보다 한국 전통 수공예품과 현대미술을 함께 선보이는 박물관인만큼, 그 성격을 건축 요소에도 녹였다. 건물의 주된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는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하고, 건물과 건물을 구분하는 담장은 한국 전통 기와 양식으로 마감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도록 했다.
이번에 공개한 신관 본스타는 콘크리트 대신 조립식 스테인리스 패널을 주재료로 설계했다. 그는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기존 박물관 건물 위에 스테인리스를 덧씌워 제주의 자연이 건물 외벽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했다. 건물을 둘러싼 담장은 현무암 돌담으로 쌓아 제주 지역의 특징과 전통을 담아냈다.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 대비되는 성질의 두 소재가 한 지점에서 만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본스타는 전체적으로 사다리꼴 구조다. 밖에서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거장의 진가가 확연히 드러난다. 전시장 곳곳에는 그가 숨겨놓은 삼각형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계단 난간부터 푸른 하늘이 담긴 천창, 중정, 건물의 구석에서까지 우연처럼 건축가가 의도한 구조와 마주하게 된다. 벽과 벽이 만나 좁은 각을 만들어내고, 그 각으로 내리쬐는 빛과 그림자는 단순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 옥상으로 이루어진 전시관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봤을 때 모두 다른 광경으로 관람객을 반긴다.
과 이웃한 이 작품은 천장에 달린 수십 개의 미러스틱이 주위를 반사하며 각기 다른 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박선기 작가는 서울 중구 신라호텔의 시그너처인 로비의 샹들리에를 작업한 작가다. 신관 루프톱에도 그의 작품이 전시된다. 직원들이 끼니를 챙기며 돌보는 박물관 호수의오리 두 마리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작품은 정면에서 보면 평면 같아 보이지만, 시점에 따라 평면이 붕괴되고 입체적 형태가 드러난다. 본스타 2층은 테라스 카페 겸 바bar로 운영한다. 통유리 너머로 본태박물관 전경과 산방산,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이곳은 전 좌석 예약제로, 애프터눈 티 세트 등을 제공한다.
본스타 개관을 기념하며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안도 다다오의 주요 프로젝트를 조명하는 전시 <Tadao Ando: Sea – Jeju Island and Naoshima>를 선보인다. 초기 실험적 작품부터 대표작, 본태박물관 신관 본스타에 이르기까지 그의 건축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일본 오사카에 선보인 초기작 토미시마 주택/어반 게릴라 하우스Ⅲ와 스미요시 주택, 1995년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명상의 공간, 2010년에 조성한 독일 라인란트팔츠의 석조 박물관, 2023년 강원도에 들어선 뮤지엄 산의 빛의 공간 등 전 세계 각지에 흩어진 그의 프로젝트들이 오리지널 드로잉과 설계·시공 과정 자료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다. 제주대학교 건축학과와 오사카대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모형을 함께 전시해 안도의 건축을 학습하고 해석해온 젊은 세대의 시선도 만날 수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한다.” 안도 다다오는 평소 사업가이자 시인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시 ‘청춘Youth’의 구절을 인용해 도전하는 태도에 대해 자주 언급해왔다. 본태박물관의 가장 높은 부지인 동쪽 지점에 뿌리내린 본스타는 그의 식지 않는 용기를 대변하듯,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안도의 ‘청춘’을 보여준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