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 통과" 유가 하락, 주가 반등…젠슨 "밀린 주문 $1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미국은 원유 흐름 막지 않는다
16일(미 동부시간)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2~0.9%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유가가 100달러 안팎에서 소폭 내림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약간은 안도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S&P500 지수는 지난 수요일 이후 유가와 거의 매 순간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상관관계는 거의 완벽한 96%에 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유가 안정세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① 연합군의 선박 호위?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사이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해 해협 재개방을 도울 것을 요구했습니다. 일본과 호주는 군함을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영국과 유럽연합(EU), 한국은 확답을 피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을 가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나토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매우 암울한" 미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고요.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확보에 협조하지 않으면 이달 말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은 대부분 국가가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호위를 위한 연합군 구성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② 이란 석유 막지 않는다
주말 동안 미국은 이란의 하르그 섬 시설을 공격했습니다. 페르시아만 북부, 이란 해안에서 약 24km 떨어진 그곳에 있는 이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맡습니다. 미국은 이 섬의 군사시설을 공격했지만, 에너지 시설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NBC 뉴스에 이란이 "협상을 원한다"라고 말했는데요.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미국은 이미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방식으로 끝나야 한다"라면서도 "우리는 휴전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④ 일부 헤지 해소
주말 사이에 뭔가 사태가 번질 위험이 있었죠. 그래서 투자자들은 원유 선물 등을 사서 헤지했을 수 있는데요. 상황을 바꿀만한 그런 나쁜 일은 없었습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고문은 "불확실한 주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사놓았던 헤지 물량이 해소되면서 유가 하락 요인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의 핵심 유전인 샤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고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있는 UAE의 푸자이라의 석유 수출 터미널을 공격했습니다. 다만 이곳에서 원유 선적은 일요일 재개됐습니다. 또 아직 홍해 쪽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송유관 우회로는 공격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도 홍해를 봉쇄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대략 하루 2000만 배럴 공급 차질이 생긴다. 여기에서 사우디 우회로(430만 배럴),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선박 호위로 통과될 물량(200만 배럴), 전략비축유 방출(200만 배럴)을 빼도 시장은 여전히 약 11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전 발발 때 러시아발 공급 충격에 대해 시장이 우려했던 수준의 세 배가 넘는다. 브렌트유 전망치를 2분기 평균 기존 배럴당 80달러에서 110달러로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그보다 낮은 2분기 90달러(기존 65달러)로 전망치를 높였는데요. 이는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3월 말 또는 다음 달 초 재개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2. "증시 너무 안일" vs "기회일 수도"
이란 전쟁으로 인해 불안이 커지고 증시가 약세를 보였는데요. 따져보면 S&P500 지수는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지난주까지 3.59% 하락에 그쳤습니다. 오늘 1% 올랐으니 3%도 내리지 않은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전쟁이 단기에 끝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인데요. 월가는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거의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전쟁이 길어지고 유가가 더 오른다면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JP모건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한 증시의 커다란 하락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라면서 "청산 이벤트가 비교적 빠른 2~3일간의 매도세로 나타날 수 있으며, 유가가 120~130달러에 도달하는 시점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시타델은 "시장이 이란 전쟁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하다. 분쟁이 장기화하고 세계 석유 흐름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해서 차단된다면, 시장이 예상하지 못하는 인플레이션과 공급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가능성도 분명히 있지만, 2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 또한 높으며,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사태가 대체로 일시적인 충격일 것으로 예상하는 듯하다. 시장은 주로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더욱 파괴적인 시나리오는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트레이딩데스크는 "증시는 여전히 협상이나 긴장 완화가 가능한 것처럼 움직이고 있지만, 드러난 사실은 그걸 뒷받침하지 않는다. 유가가 한 달 이상 105~11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시장이 파열음을 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증시의 가장 저항이 덜한 경로는 하락이다. 세계가 S&P500 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6604)을 지지선으로 주시하는 가운데, 우리의 ‘컨센서스 매수 포지션 바스켓’은 이미 200일 선 아래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바스켓은 종종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경기 침체 위험은 여전히 낮다고 생각한다. 만약 투매 사태로 인해 200일 이동평균선(6600)이 무너지더라도, 6400~6500 범위(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의 20배/작년 저점 대비 주요 되돌림 수준/장기 추세선 지지)에서 견고한 기술적 지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3. 금리 이제 하락?…"FOMC, 1회 인하 전망 유지"
유가가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브렌트유 선물은 한때 배럴당 106달러까지 올랐다가 2.84% 내린 100.21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5.3% 하락한 93.5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에너지 자문사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는 "일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보도와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유조선 호위 지원을 요청하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점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라고 했고요. 모건스탠리는 "고유가로 인한 잠재적 수요 파괴는 미 국채 금리를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미국주택건설협회(NAHB)의 주택 시장 지수는 2월 36에서 3월 38로 올랐습니다. 예상치 37 웃돌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다음과 같이 관측합니다.
▶금리 동결=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티븐 미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25bp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 의견(dissent)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성명서=이란 전쟁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으며,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제 활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전망요약(SEP)=2026년 전망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근원 인플레이션: 2.5%→ 2.7%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2.4%→3.0%
-GDP 성장률: 2.3%→2.1%
-실업률: 4.4%→ 4.6%
▶점도표(dot plot)=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중간값은 2026년과 2027년에 각각 한 차례 금리 인하를 계속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동결= 8대 2의 표결 결과를 예상한다. 스티븐 미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25bp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할 것으로 본다.
▶성명서=이란 전쟁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단락에서 불확실성 관련 표현이 "이란 분쟁으로 인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와 같이 수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위원회는 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사용했던 표현(유가의 지속적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것)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외에는 크게 수정할 필요는 없다.
법무부가 Fed가 청사 개보수 비용을 과다 지출한 문제와 관련, 파월 의장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는데요. 지난 금요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이를 무효로 처리했습니다.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법무부의 수사가 "부적절한 동기"를 명확히 드러낸다고 지적했습니다.
4. 젠슨 황 "밀린 주문 1조 달러"
엔비디아의 GPU 콘퍼런스도 시장 상승 배경 중 하나입니다. 오후 2시 젠슨 황의 기조연설 시작 전부터 엔비디아의 주가는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젠슨의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2027년까지 매출 1조 달러
=그는 블랙웰과 베라 루빈에 대한 주문량이 2027년까지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전망치조차도 실제 시장의 엄청난 수요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작년 하반기 이들 칩을 통해 2026년 말까지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매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었는데요. 그렇다면 2027년 매출은 최소 50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월가 추정치 4680억 달러보다 7% 많은 것입니다.
② LPU 3분기 출시
황 CEO는 ‘엔비디아 그록 3’ LPU를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0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스타트업 그록의 첫 번째 칩으로 오는 3분기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LPU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추론 기능, 즉 AI 프롬프트에 대한 응답을 생성하는 과정을 가속하는 데 탁월한 기능을 갖습니다. 황 CEO는 LPU 256개를 하나로 구성한 ‘그록 LPX 랙’을 통해 루빈 GPU의 와트당 토큰 성능을 35배 높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루빈 FPU가 288GB HBM 메모리를 탑재한 대신 그록 3 LPU는 4GB S램을 탑재했는데요. 그는 "성격이 매우 다른 두 가지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했다. 하나는 높은 처리량(high throughput)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낮은 지연시간(low latency)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록 칩을 대량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그렇게 하면 시스템이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엔비디아는 기존 x86 방식의 CPU 대비 성능을 1.5배로 끌어올리고, 에너지 효율이 2배인 새 CPU '베라'와, 이를 256개 탑재한 CPU 랙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베라가 기존 CPU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는 이 CPU가 들어간 컴퓨터를 판매할 계획인데, 이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젠슨이 "1조 달러"를 언급하는 순간 주가는 최대 4.8%까지 상승했지만, 급등세는 잠깐에 그쳤습니다. 주가는 1.63% 상승한 183.1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로드컴은 0.86%, AMD는 1.65% 상승했습니다. 로이터는 미 상무부가 AI 칩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 초안을 철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네오클라우드인 네비우스그룹은 15% 상승했습니다. 메타와 27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AI 인프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덕분입니다.
메타는 2.24% 올랐습니다. AI 확대에 따른 효율성 증대 및 AI 투자 비용 충당을 위해 직원 수를 20% 줄일 수 있다는 로이터 보도(회사 측은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함)가 있었습니다. 메타는 작년 말 기준 7만9000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3.68%), 샌디스크(6.35%) 웨스턴디지털(+5.11%) 등 메모리 관련 주식들이 크게 올랐는데요. 마이크론의 수요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5. 폭넓은 상승세…금융주도 올랐다
주가 상승세는 지속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1.01%, 나스닥은 1.22% 뛰었습니다. 다우 0.83% 올랐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시장 폭이 크게 축소되어 월가가 걱정했었는데요. 지난 금요일 기준으로 S&P500 종목 중 50일 이동평균선 이상에서 거래된 종목은 32%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달 초 65%에서 대폭 줄어든 것이었죠. 전쟁 이전 몇 달 동안은 투자자들은 대형주를 넘어 다양한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폭이 양호한 상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 참여가 폭넓다는 것은 투자 심리가 건전하고, 기술적 지표가 긍정적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