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바디캠 영상으로 기록한 이웃 갈등의 살인극
인도계 여성 감독 기타 간드비르 작 <완벽한 이웃>
3월 15일 열릴 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라
넷플릭스에 올라 있는 라이선스 다큐멘터리(오리지널은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한 것을, 라이선스는 외부 제작사가 완성한 것의 방영권만 인수한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상당수는 라이선스다.) <완벽한 이웃>이 3월 15일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명백하게 제작 방식의 독특함 때문으로 보인다. 이 다큐멘터리 영상 전체의 (극소수를 제외한) 99%가량은 경찰 몸에 의무적으로 부착된 바디캠 푸티지(footage)로만 구성하고 편집했다. 극히 일부분이란 영화 초반, 사건이 벌어진 마을 전체를 보여주는 부감샷이나 극 후반에 나오는 법정씬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거의 바디캠 영상이다. 조사·심문 장면은 취조실 내부의 CCTV 영상이다. 어떻게 이 모든 게 가능했을까. 무엇보다 바디캠 영상을 어떻게 입수하고 협조를 얻을 수 있었을까.
미국의 인권 문제(특히 인종, 계급적인 차원에서)가 워낙 심각한 상태여서 역설적으로 그 개선책이 다각도에서 마련되어 왔는데, 그중 하나가 1966년에 제정된 정보공개법(FOIA, Freedom of Information Act)이다. 이 법률은 지난 60년간 정교하게 다듬어져 왔고 경찰의 바디캠 영상 역시 이에 따라 누구나 공개를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완벽한 이웃>의 감독 기타 간드비르는 해당 사건을 알리기 위해 ‘영리하게도’ 정보공개법을 이용해 모든 바디캠 영상을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완벽한 이웃>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그러나 여기에도 과제는 남는다. 바디캠 영상을 공개 기록으로 넘길 때 영상 전체를 받느냐, (경찰 담당 부서가 편집한) 편집본을 받느냐에 따라 정보의 ‘오염성’이 문제 될 수 있다. 이 영화의 영상은 과연 원본 그대로인가. 일부 사실의 누락은 없는가. 심지어 왜곡된 것은 없는가. 혹시 가공된 기록인 것은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한 방어책 역시 간드비르 감독은 마련해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드비르 제작팀은 유족 측 변호인단이 법적 절차를 밟아 입수한 미편집 원본 데이터를 전달받고 사용 허가 또한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공개용 영상보다 훨씬 더 방대하며 미가공 데이터(Raw Data)에 가까운 셈이다. 게다가 인도계 여성 감독인 기타 간드비르는 오랜 경력을 가진 편집 감독 출신의 연출자이다. 이번 영화를 만들 때 바디캠의 방대한 영상을 또 다른 녹취(911 통화 녹음 등)와 일일이 비교해 가며 시간 순서에 따라 사건을 재배열해냈다. 오랜 편집 경력이 이번 영화에서 연출력으로 정점을 찍은 것이다.
<완벽한 이웃>은 58세 백인 여성 수잔 로린츠가 길 건너편에 사는 네 아이의 엄마인 35세 흑인 여성 아지케 오웬스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의 전모를 다룬다. 보통의 다큐였다면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보여주고 경찰과 목격자의 인터뷰,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코멘트와 함께 관련 화면 혹은 심지어 재현된 화면들로 연출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감독 기타 간드비르는 영상을 통한 사건의 역추적 방식을 택했다. 두 이웃 여성(엄밀하게는 길을 사이에 둔 건너편 집)은 아이들이 집 앞에서 뛰어노는 문제, 개가 오가는 문제, 이런저런 소음 문제로 다툼을 이어 왔고 그때마다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 출동이 잦았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취재를 통해 확인했을 것이다. 간드비르는 그 같은 정보와 취재를 토대로 경찰의 첫 출동 바디캠 영상부터 이후 총격까지의 영상을 모두 입수해 그것을 시간순으로 다시 배치하며 편집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완벽한 이웃>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따라서 영화의 앞부분 약 30분은 다소 동어반복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극 영화가 흘러가는 방식인 양 이 다큐는 발단과 전개, 그리고 클라이맥스로 연결되는 구성이다. 다큐멘터리이지만 마치 허구의 이야기를 펼치듯 사건의 정점을 향해 보는 사람들이 같이 달려가게 만든다. 그 점이야말로 이 다큐의 내러티브 구성에 대해 모두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상당수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갈등과 논쟁, 다툼으로 인해 점층적으로 대형화한다. 그렇게까지 번질 일이 아닌 듯했는데 결국 사건으로 비화한다. 비현실의 현실화이다. 있을 수 없는, 있지 않아도 될 사건이 현실에서는 그대로 벌어지곤 한다. 역으로 현실의 비현실화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너무나 어이없는 사건이어서 마치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수잔 로린츠가 아지케 오웬스를 살해하게 된(과실치사로 25년 형을 선고받는다) 순간은 단 2분이다.
이 영화는 바디캠 영상을 통한 제작이라는 ‘형식의 승리’라는 점 외에 역시나 인종 계급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수잔 로린츠는 사건 직후 잠시 구금되나 체포까지는 되지 않는다. 만약 로린츠가 흑인이었다면 곧바로 체포 및 기소됐을 것이라고 아지케 오웬스 유족 측은 주장한다. 계급적 이슈 역시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수잔 로린츠가 이웃 아이들에게 그렇게나 예민하게 구는 것은 푯말을 세워놓고 지키려는 ‘자기 잔디밭, 자기 영역’ 때문이다. 로린츠는 자가(自家) 소유자이고 아지케는 이혼 후 맥도날드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4남매를 키운다. 그녀는 월세로 살아가는 싱글맘이다. 앞마당은 내 것이라 여기는 사람과 애들이 뛰어노는 게 뭐가 문제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의 생각 차이는 의외로 하늘과 땅만큼 크다. 수잔 로린츠가 자신의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같은 소유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땅에서 함부로 놀지 말라는 사적 재산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 모든 사건의 발로가 된 셈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완벽한 이웃>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이 영화는 미국에서 정당방위의 범위를 넓힌 법, 이른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Stand-your-ground law)의 유용성 논란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은 광범위한 영토를 지니고 있고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아 주민 스스로가 자신을 지켜야 하는 자경권(自警權) 발동이 불가피할 때가 빈번한 나라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정당방위 법이다. 그러나 이 법이 지나치게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억울한 죽음이 정당방위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0년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 데릭 쇼빈에 의해 살해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 같은 것이다. 당시 쇼빈 측은 플로이드가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정당한 공권력을 사용한 것이라고 줄곧 주장했다. 공권력의 정당방위였다는 주장이었지만, 결국 판결은 권력 남용을 적용해 22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완벽한 이웃>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지난 1월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과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살해된 세 아이의 엄마 러네이 니콜 굿(37)과 간호사 남성 앨릭스 제프리 프레티(37) 사건 역시 미 당국은 재판 과정에서 정당한 (방위)법에 의한 공권력 집행으로 매도해 나갈 것이다. 이 영화 <완벽한 이웃>이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기록한 2022~2024년의 아지케 오웬스 사건과 재판(살인 사건이 벌어진 건 정확히 2023년 6월 2일이다), 그리고 그 판결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행태를 심도 있게 비판한다는 측면에서 아카데미가 이 영화에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아카데미상은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완벽한 이웃>은 지난 2025년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 2026년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국내 들꽃영화상과 비슷한)에서 역시 장편 다큐멘터리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았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The Perfect Neighbor | Official Trailer |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