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 잇달아 투입하며 차세대 제조 경쟁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 공장에서도 시범 도입이 시작돼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미래 공장’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앞세워 주도권 확보에 나설 때 국내에서는 노사 갈등 등으로 도입 논의가 지연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BMW, 6월 獨 라인에 로봇 투입
아틀라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BMW는 오는 4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범 투입한 뒤 6월부터 본격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강국’인 독일의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부품 조립 등 반복적이고 안전 기준이 엄격한 공정을 수행하는 게 주 업무다. 밀란 네델코비치 BMW그룹 생산 총괄은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인공지능(AI)의 결합은 생산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BMW가 독일 공장에 투입할 로봇은 피규어AI의 ‘피규어 02’가 될 전망이다. 피규어 02는 지난해 미국 스파튼버그 공장에 투입돼 10개월 동안 하루 10시간씩 교대 근무하며 BMW X3 3만 대 이상을 제조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주로 용접 공정을 위해 판금 부품을 정밀하게 탈부착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중국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샤오미는 베이징 전기차 공장 생산 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3시간 연속 작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생산 라인이 요구하는 76초의 사이클 타임도 충족했다. 샤오미는 어떤 로봇을 투입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2022년 공개한 ‘사이버원’으로 추정된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5년 안에 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샤오미 공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오미뿐 아니라 비야디(BYD),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가 앞다퉈 휴머노이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 미국에서 먼저 학습 시작
자동차 기업들은 기존 부품 공급망과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기업 중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도적으로 개발해온 테슬라는 올해 초까지 옵티머스를 미국 프리몬트 공장, 텍사스 오스틴 공장 등에 1000대 이상 배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옵티머스는 프리몬트 공장에서 지난 1년간 훈련했으며 생산라인에서 부품 키트 조립, 자재 운반 작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 S와 모델 X를 생산하는 프리몬트 공장을 아예 옵티머스 로봇 제조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연간 100만 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완성차 업체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 빠르게 나설 수 있는 건 수만 개의 부품 공급망을 갖춰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로봇을 곧바로 투입할 공장도 보유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모건스탠리는 2050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5조달러(약 7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분위기는 딴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들여올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아틀라스가 생산 현장에 투입되면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현대글로비스 통합물류센터에서 아틀라스를 먼저 학습시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2028년부터 자동차 공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국내 생산라인 투입이 늦어지면 미래 산업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장에서도 빨리 실증 사업을 펼쳐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