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중개인을 해고한다…살아남는 1%의 조건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도이치뱅크가 꼽은 핵심 위험인 '탈중개화', 즉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수수료를 거두던 중간 단계가 AI에 의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며, 이는 부동산 중개업을 정면으로 겨냥한 경고입니다. 중개업의 본질인 정보 탐색, 매칭, 계약 이행 중 약 80%는 이미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프롭테크(부동산 기술) 시장은 AI가 고객의 예산과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최적 매물을 1초 만에 추천하고, 가상현실(VR)로 임장을 대체하며, 권리분석과 계약서 초안 작성까지 자동화하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단순 정보 전달자로서 중개인이 설 자리는 사실상 소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에는 주식 매매와 본질적으로 다른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집을 사고파는 행위는 한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재무적 결정인 동시에, 극도로 감정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오가는 거래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심리전을 조율하고, 예상치 못한 하자를 둘러싼 갈등을 중재하며, 불안한 고객을 안심시켜 최종 도장을 찍게 만드는 협상력과 공감 능력은 거대언어모델(LLM)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밥 술렌틱 CBRE CEO는 "우리는 200만달러짜리 콘도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우리의 리드는 시장 점유자와 투자자에 대한 깊은 지식과 관계를 통해 얻어진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같이 디지털 알고리즘에 인생 최대 자산을 온전히 맡기기 어려운 인간의 심리가 존재하는 한 이 '휴먼 터치(human touch)'의 방어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따라서 스나이퍼의 골목에서 살아남을 중개인은 AI와 경쟁하는 자가 아니라, AI를 비서로 부리는 자가 될 것입니다. 반복적 행정 업무와 매물 탐색은 AI에 일임하고, 확보된 시간을 범용 AI가 파악할 수 없는 '초국소적(Hyper-local)' 정보 장악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재건축 조합의 내부 분위기, 학군지의 미묘한 변화, 특정 단지의 숨겨진 하자 이력, 지역 개발 계획의 비공식적 동향 등은 해당 지역에 뿌리내린 전문가만이 축적할 수 있는 정보 자산입니다. 중소형빌딩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공실률 예측이나 임대료 벤치마킹은 AI에 맡기되, 임차인 관계 관리와 건물 리포지셔닝 전략, 매각 시점 판단 등 시장 경험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AI는 자산관리의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자산의 가치를 창출하는 의사결정의 주체는 여전히 전문 인력이어야 합니다.
시장은 막연한 기대를 거두고 냉정한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으며,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진 환경에서 고객은 단순 매칭이 아닌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적 파트너'를 요구할 것입니다. CBRE의 시가총액 26% 증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경고하듯, AI를 전략적 무기로 장착해 단순 중개를 넘어선 통합적 자산관리 역량을 구축한 전문가만이 스나이퍼의 골목을 무사히 통과해 시장의 승자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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