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믿고 구원" 종교 집회에 괴로운 서울역…불만 폭주했다
천막치고 스피커까지 동원
무분별한 종교단체 전도에
시민·외국인 관광객 '눈살'
전진 없는 지자체 소음 규제
무분별한 종교단체 전도에
시민·외국인 관광객 '눈살'
전진 없는 지자체 소음 규제
지난 13일 오후 3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확성기 소리가 광장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현장에는 밀알나그네선도회 등 4개 종교단체가 동시에 전도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기자가 직접 소음을 측정한 결과 순간 최대 85데시벨(dB)까지 치솟았다. 공사 현장이나 지하철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다. 캐리어를 끌고 지나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신기하다는 듯 사진을 찍거나, 얼굴을 찡그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의 상징인 서울역 광장이 무분별한 종교 집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만 명이 오가는 서울역은 외국인이 공항철도를 통해 가장 먼저 접하는 '서울의 관문'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공백 속에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역광장 일대의 전도 활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십여 년 전부터 매일 낮 시간대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주로 1·2번 출구와 야외 흡연장 인근에서 천막과 간이 의자를 설치하고 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전도를 벌인다. 헌금함을 설치하고 돈을 받기도 한다. 전날인 12일에도 '십자가 선교회 광야교회' 등 일부 단체와 개인이 이같은 방식으로 전도 활동을 했다.
서울역을 오가는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설 연휴를 맞아 광주 본가에 가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30대 최영균 씨는 "광장은 특정 단체가 독점해서 사용할 공간이 아닌데 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귀가 아프고 도시 미관도 해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공항철도로 서울역에 도착한 영국인 관광객 매들린 바(29)는 "전도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다수 시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 스피커까지 트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이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라고 들었는데 광장은 다소 혼란스러운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집회를 관리하는 주체는 경찰이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고려하면 집회 자체를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미허가 시설물 설치나 과도한 소음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검토할 수 있지만 종교 집회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4년 3월 '서울역광장 건전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노숙인 음주, 노상 방뇨, 소음 등 광장 내 무질서 행위를 개선하고 서울시장과 관계기관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실제 단속이나 관리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종교집회의 소음 규제 가능 여부를 환경부에 질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고, 이후 진전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서울역광장이 서울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공간인 만큼 관리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종교집회를 서울역 외 다른 장소로 분산할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