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 소리로 '영혼의 공간'을 만들다
28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공연 리뷰
수석객원지휘자 정명훈, 악단 이끌어
피아니스트 임윤찬, 슈만 협주곡 연주
수석객원지휘자 정명훈, 악단 이끌어
피아니스트 임윤찬, 슈만 협주곡 연주
음악회의 시작을 알린 곡은 드레스덴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이었다. 지휘자가 청중에게 인사하고 관현악을 향해 돌아섰을 때, 콘서트홀은 순간 적막에 휩싸였다. 오직 기대로 가득했던 경이의 순간, 이미 음악은 시작되었다.
이어서 임윤찬의 협연으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임윤찬은 밴 클라이번 콩쿠르부터 독창적인 해석과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고, 이후 여러 연주에서 독특한 분석 능력과 개성적 해석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고음과 저음이 선명히 드러나는 역할 분담이나 오랜 시간 서서히 이루어지는 빌드업, 클라이맥스에서 템포를 더욱 당기면서 유지하는 긴장감, 자유로운 루바토로 표현하는 자유로운 서정성, 그 가운데 보여주는 뜻밖의 감정적 절제, 관현악의 연주를 살피며 만들어가는 하나의 연결된 앙상블 등. 이러한 특징들은 그가 악보를 정확히 구현해내는 콩쿠르 스타가 아닌, 음악을 충분히 체화하여 자신의 이야기로 만드는 소리의 예술가임을 증명한다. 우리가 말할 때 음정, 박자, 리듬을 생각하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게 자연스럽게 억양을 넣어 말하듯, 그의 음악도 그러하다.
그 가운데 피아노는 레가토보다는 각 음이 명료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따뜻한 음색과 소리의 조화를 추구하는 관현악과 대비되면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이중주처럼 보이게도 한다. 이렇게 복합적이고 변화하며 대비되는 구성은 음악을 입체로 느끼게 하며 가상의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특히 2악장에서 음의 여운이 사라지는 순간의 짧은 정적은 이러한 공간감을 영적 희열로까지 이끌었고, 3악장에서는 빠른 속도에도 한 음 한 음의 생명력과 저음의 풍부한 울림이 공간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후반부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채웠다. 세상을 창조하는 순간과 같은 깊은 고요 속에서 시작하여 빛나는 소리의 향연을 펼쳤다. 이 곡에서도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감정의 폭발이나 표면적인 시나리오를 드러내기보다는 조화로운 소리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것이 다르게 들리게 한 핵심이다. 1악장은 특징적인 부분에서 템포를 늦추며 감성을 끌어올렸고, 혹은 크레셴도를 부각하여 극적 표현을 강조했다. 이러한 표현은 특히 금관에서 효과적이었으며, 불필요하게 감정이 들뜨기보다는 중후한 멋을 만들었다. 도돌이표에 의한 제시부 반복은 하지 않았다.
잘 들리지 않는 마지막 더블베이스의 화음을 명료하게 연주함으로써 ‘al niente’를 부각하여 적막 속에 정신적 침묵을 경험하게 한 것은 그 한 예다. 3악장은 경쾌한 리듬감에도 조화로운 소리를 지향하면서 무게감을 놓지 않는 적절한 지점에 있었고, 4악장은 역동적이면서도 품위를 지키는 노련미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화음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앙코르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의 3악장 스케르초를 연주하며 음악회를 마무리했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