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조용해서 겁나요"…공무원 손님 사라지자 '비명' 터졌다 [현장+]
"매출 4분의 1토막"…텅 빈 삼각지 자영업자들 '비명'
용산 대통령실, 청와대 이전 한 달
대통령실 인근 상권 '공동화' 공포
임대료 '고점' 여전한데 매출 '바닥'
상인들 "국방부 완전 복귀만 기대"
국방부 "정해진 바 없다" 선 그어
용산 대통령실, 청와대 이전 한 달
대통령실 인근 상권 '공동화' 공포
임대료 '고점' 여전한데 매출 '바닥'
상인들 "국방부 완전 복귀만 기대"
국방부 "정해진 바 없다" 선 그어
4년 전 종로 청와대 인근 식당들이 겪었던 적막이 용산을 덮쳤다. 정치적 결정에 따라 권력의 중심은 짐을 싸서 떠났지만, 그 특수를 믿고 들어온 자영업자들은 덩그러니 남아 계산서를 치르고 있다. 소음은 사라졌지만, 생존을 걱정하는 상인들의 한숨 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돌아간 지 29일째인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생선구이 백반집 '대원식당' 안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한 달 전만 해도 점심 장사 준비로 분주했을 시간이지만, 이제는 텅 빈 테이블이 손님을 대신하고 있다. 4년 전 '용산 시대' 개막과 함께 들썩였던 삼각지 상권은 이제 4년 전 청와대가 떠난 뒤 종로의 '데칼코마니'가 되어가고 있다.
이곳 식당 사장은 텅 빈 거리를 바라보며 "우리 집은 그나마 버티지만, 주변 다른 가게들은 매출이 50% 이상, 적어도 30~40%는 줄었다고 아우성"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4년 전엔 청와대 쪽 상인들이 울상이었는데, 이제는 그쪽이 좋아지고 우리가 그 모습이 됐다"며 "희비가 완전히 교차했다"고 씁쓸해했다.
◇ "너무 조용해 겁날 정도"
대통령실 인근 상가 매출은 '경찰 병력'과 '정부 관계자'라는 고정 수요가 빠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됐던 국수집 '옛집' 사장은 "1월 들어서면서 바로 매출 차이가 난다"며 "예전 국방부만 있을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북적거리던 사람들이 없어지니 너무 조용해서 겁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인근에서 6년째 영업 중인 '그린카페' 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경찰들의 공백이 제일 크다. 그들은 단순한 경비 인력이 아니라 우리에겐 최고의 '큰 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경찰들은 한 번에 10잔씩 단체로 주문하고 빨리 먹고 빨리 나가는 회전율 좋은 손님이었는데, 그게 빠지니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관계자들이 눈에 안 보이게 얼마나 많이 팔아줬던 건지 몰랐다가, 다 빠지고 나니까 이제야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실 부지 바로 앞 프랜차이즈 카페 '빽다방' 점주는 피해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여기는 일반인 상권이 아니라 철저한 공무원 상권"이라며 "공무원들이 빠져버리니 지금은 손님보다 우리 직원이 더 많아 매출이 반의반 토막 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각지역 인근 'GS25 편의점' 사장 또한 피해를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찰 버스 세워놓고 도시락 까먹던 매출이 싹 빠지면서 건너편 가게는 하루 매출 150만 원 이상이 증발했다"며 "한 달이면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이 공중분해된 셈"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현 상황을 진단했다.
◇ 대통령실 떠났는데 임대료는 여전히 '고점'
자영업자들을 더 옥죄는 건 '요지부동'인 임대료다. 지난 3년간 '대통령실 특수'와 '용리단길 효과'가 겹치며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대통령실이 떠난 지금도 여전히 '고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삼각지 골목상권 인근의 한 편의점주는 악순환을 지적했다. 그는 "임대료가 두세 배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보니 백반 한 그릇이 1만5000원까지 뛰었다"며 "이 가격에 누가 와서 밥을 먹겠나, 악순환이다"라고 말했다. 삼각지역 8번 출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용산)이전으로 올려놓은 임대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임대료만 잔뜩 올려놓고 그렇게 가버리나 싶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 믿을 건 '국방부 청사 복귀설'뿐
상가 부동산 시장은 일단 '버티기'에 들어갔다. 삼각지역 인근 '골드부동산' 관계자는 "지금은 다들 '6월 국방부 청사 복귀설'을 믿고 버티는 중이라 상가가 매물로 쏟아지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만약 그때도 안 들어오면 진짜 곡소리 나겠지만, 아직 매물 폭탄 같은 반응은 없다"고 전했다.하지만 국방부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6월 복귀설'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현재 상주 인원 자체는 대통령실 이전 전과 거의 비슷하다"며 상권의 기대와 달리 인원 변동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태원의 악몽'이 되살아났다고 우려한다. 삼각지 골목상권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과거 이태원 상권을 무너뜨렸던 미군 부대 이전을 언급하며 "미군이 평택으로 빠질 때 이태원 상권 망했던 거 기억하느냐"며 "돈맥은 끊겼는데, 남은 건 비싼 월세뿐인 지금이 딱 그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