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첫 5000달러 돌파…"연내 5400달러 가능" [김주완의 원자재 포커스]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를 넘었다.
2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제 금 현물 가격이 전장보다 0.75% 오른 온스당 5019.85달러를 기록해 5000달러를 돌파했다.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같은 시간 0.84% 뛴 5020.60달러를 나타냈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 초까지만 해도 2000달러대였던 금값은 작년 한 해에만 약 64% 급등하며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 5000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금값은 1월 초 약 4400달러 수준에서 시작하여 중순 무렵 4800~4900달러대를 맴돌다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심리적 저항선이던 5,000달러를 돌파했다.
다른 귀금속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은 가격은 같은 날 장중 온스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1979년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에 올라섰다. 플래티넘도 2700달러를 넘어서며 귀금속 전반에 투자자금이 몰렸습니다.
금·은 가격 비율은 한때 120:1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50:1 아래로 떨어졌다. 은이 금보다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은은 인공지능(AI) 장비, 전기차, 2차전지 등 첨단 제조업에 널리 쓰이는 산업 소재로도 수요가 높아 가격 상승 잠재력이 금보다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 가격 상승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해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이번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하며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무역 전쟁'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 금값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엔 이란과 이스라엘 및 걸프 지역 갈등, 미·중 갈등 등의 동시다발적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되며 금값 상승에 불을 지폈다. 2023년 말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당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중동 긴장은 금 가격을 밀어올리는 촉매가 됐다는 평가다.
지정학 불안은 원유 등 에너지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우려로도 연결된다. 이는 추가적인 금 매수 요인으로 작용했다 . 유럽의 정치적 불안과 높은 국가부채 수준 역시 투자자들이 유로화 등 통화보다 금을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도 요인이다. 2020년대 초 코로나19 후유증과 각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촉발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주요국에서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금 투자 붐으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의 장기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로 달러화 신뢰가 약화된 점도 금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의 지난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사태 등은 “달러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심리를 자극했고, 통화 대비 금 가치 부각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미 중앙은행(Fed)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금리 인하) 등도 요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 ETF 등 금 투자 수요 증가 등도 금 가격을 끌어올렸다. 금 공급이 수요만큼 늘지 못한 영향도 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금광 산출량이 정체했다.
시장의 전망은 상승이 우세하다. HSBC 은행은 “올 상반기 중 금값이 일시적으로 50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차익실현 매물 출현 등으로 조정이 올 가능성을 지적했다. 과거에도 금이 정점에 다다른 후 단기에 급락 조정을 보인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5000 돌파 이후 일시적 숨고르기나 되밀림 현상이 올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거나 Fed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멈출 경우 가격 조정 폭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의 중기적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골드만 삭스는 올해 말 금값 목표치를 종전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향후 2년 내 금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 다만 HSBC는 2026년 평균 금값 전망을 약간 하향한 4587달러로 제시하면서 “상승 후반부에 진입하면 조정압력이 높아져 2026년 말을 4450달러 수준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 강세 전망에도 잠재적 하락 요인도 있다.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미 달러 가치의 강세다. 미국 경제가 향후 몇 년간 다른 지역 대비 월등한 성장률을 보이거나 Fed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다시 금리인상에 나서 달러 강세를 유도할 경우 금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지정학적 갈등이 향후 부분적 해결 또는 완화 국면에 들어갈 경우 금에 붙어있는 위험 프리미엄이 감소하며 가격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