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을지로 키즈' 발칙한 도발…자개장과 H빔 '낯선 조화' 서울의 서사를 녹여내다
김병섭 디자이너, 국내 첫 개인전
옛것·새것 공존하는 서울서 영감
자개장에 금속 결합해 만든 의자
개다리소반에 금속장 올린 수납장…
"다른 시대 물건들이 하나로 합쳐져
어떤 역할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죠"
기존방식 뒤엎은 확장된 세계 선보여
도면이 아닌 내 손으로 완성하고파
무작정 을지로 찾아 "도와달라"
이젠 아버지·아들이라 부르는 사이
옛것·새것 공존하는 서울서 영감
자개장에 금속 결합해 만든 의자
개다리소반에 금속장 올린 수납장…
"다른 시대 물건들이 하나로 합쳐져
어떤 역할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죠"
기존방식 뒤엎은 확장된 세계 선보여
도면이 아닌 내 손으로 완성하고파
무작정 을지로 찾아 "도와달라"
이젠 아버지·아들이라 부르는 사이
다름으로 하나 된 김병섭의 조형 언어
작가의 시그너처와도 같은 이 디자인에는 서울의 미감이 녹아 있다. 전통 가구를 사용했지만 세계적 DJ이자 패션 아이콘인 페기 구가 소장했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흔히 유학파 디자이너들에게 붙는 ‘밀라노 출신’ ‘파리 출신’과 같은 수식어 대신 김병섭은 작품으로 말한다.
“서울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는 도시잖아요. 최신식 지하철의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 멘트에 국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수백 년 역사를 지닌 경복궁을 둘러싼 담벼락 밖으로 한 걸음만 내디디면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건물들이 빌딩숲을 이루죠. 이 모습처럼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재료들이 같은 시공간에서 만났을 때의 이질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금속은 금속대로, 자개장은 자개장대로 살린 채 결합한 의자를 만들었죠. 다른 시대의 물건이지만 하나로 합쳐지면서 어떤 새로운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개다리소반에 금속장을 올린 수납장, 절에서 징을 걸어두던 고리를 등받이로 한 의자, 문화재수리기능장 전문옥 장인이 작업한 장승에 금속 판형을 추가한 선반까지 작가는 과거의 형태를 유지하며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데 집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확장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중앙 벤치와 벽면의 평면 작업이다. 서로 다른 재료를 결합한 이음새를 최대한 숨긴 작업과 달리 한옥의 기둥과 서까래를 활용한 벤치는 경첩과 나사못 등을 노출한 모습이다. 기존 작업 방식을 역전해 쓰임을 다 한 재료가 한데 묶이면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강조한 것. 벽에 걸린 작업은 금속 표면을 산화시키는 부식액을 발라 만들었다. 주로 총기류를 검게 만들 때 사용하는 부식액을 시간차를 두고 바르거나 농도를 다르게 해 나타나는 색감 차이를 표현했다. 물에 소금과 식초를 섞은 액체로 금속을 부식시켜 비에 맞아 녹슨 듯한 금속의 표면을 보여주거나, 부식액을 흩뿌려 만든 작업도 소개된다.
“부식액으로 산화시킨 금속으로 가구를 제작해보고 싶어요. 가구를 다 만들어놓고 단순히 표면에 바르는 형태보다 조금 더 의미 있게 표현하고자 이것저것 테스트해가며 다양한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첫 의자, 삼성전자 광고에 등장하기도
“을지로 금속공장 단지를 밥 먹듯이 다녔어요. 학교 수업에서는 보통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렌더링한 3D 이미지를 만드는 게 다거든요. 도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봐야겠다 싶어서 무작정 철공소를 찾아갔죠. 시도 때도 없이 들러 사장님들을 자문하다 보니 한 사장님과 친해져서 작업도 같이하고 서로 ‘아버지’ ‘아들’이라고 부르는 사이가 됐습니다.”
옛것과 새것을 결합해 선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다각도로 풀이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투영된 시각들에 신선함을 느끼면서도 중요한 영감이 된 서울에서의 서사를 전달하기를 기대해왔다. 전통 가구와 스테인리스스틸을 결합한 작품의 시리즈 이름이 ‘narrative(서사)’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의자 하나를 가지고도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더라고요. 자개장이 한국 전통 공예를 활용한 것이다 보니 한국 전통을 보여주는 전시에 제안을 받기도 하고, 버려진 것을 재활용하는 환경 콘텐츠나 전시에도 적합하고요. 여러 해석과 큐레이팅이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 작업을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개인전이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