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네이즈(Polonaise)’는 폴란드의 춤곡 혹은 기악곡을 뜻한다. ‘폴로네이즈' 하면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 1810~1849)의 음악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쇼팽이 춤의 틀 안에 있던 이 악곡 형식을 하나의 독자적인 기악 장르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기악곡으로서의 ‘폴로네이즈'는 쇼팽의 피아노 작품을 넘어, 바이올린 레퍼토리 안에서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쇼팽과 마찬가지로 폴란드 출신인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Henryk Wieniawski, 1835~1880)는 작곡가이기에 앞서, 당대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는 바이올린을 위한 폴로네이즈를 두 작품 남겼는데, 이 두 곡은 폴로네이즈가 지닌 특징을 바탕으로 작곡되었다. 특히 3/4박자 안에서 첫 박이 강하게 강조되는 리듬 구조가 두드러지는데, 이로 인해 음악은 행진곡에 가까운 분위기를 갖는다. 이러한 특징은 폴로네이즈가 본래 궁정 행사에서 입장할 때 쓰인 춤곡이었다는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 출처. Wikimedia Commons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 출처. Wikimedia Commons
비에니아프스키의 첫 번째 폴로네이즈 작품인 <연주회용 폴로네이즈(Polonaise de Concert, Op.4)>는 그가 1849년경부터 작곡을 시작한 곡이다. 이 작품은 1852년 완성되었으며 이듬해인 1853년에 출판되었다. 작곡가가 어린 나이에 구상한 작품이지만, 탄탄한 구조와 함께 바이올린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기교들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D장조로 쓰였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버전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 총 두 가지 편성으로 남아있다. 두 버전 모두 솔로 바이올린이 음악을 이끌고 가지만, 편성에 따라 음악의 인상이 다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입부는 네 마디의 전주로 시작하는데, 이는 A음으로만 구성된 두 마디의 동기가 두 번 반복되는 형태를 갖는다. 전주 이후 등장하는 솔로 바이올린은 악보에 제시된 나타냄말 Allegro Maestoso에 걸맞게 웅장하고 힘 있는 선율을 들려준다.

[비에니아프스키 폴로네이즈 Op.4 - 김봄소리의 연주(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버전)]

[비에니아프스키 폴로네이즈 Op.4 – 김봄소리의 연주(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


솔로 바이올린이 처음 제시하는 이 주제는 여덟 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곡 전반에 걸쳐 여러 번 연주된다. 그리고 이 주제 선율은 음악의 진행에 따라 다른 리듬과 음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두터운 색깔의 화성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주제에서는 다이내믹 표현의 대비, 루바토를 통한 유연함, 하모닉스의 활용 등이 더해져 한층 더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곡의 중반부에서는 grandioso로 무게감 있게 노래하기도 하고, dolce의 부드럽고 서정적인 흐름으로 풀어지기도 한다.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표정의 선율을 이어가다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밀도 높은 에너지를 보여준다.

비에니아프스키가 젊은 시절부터 즐겨 연주했던 이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연주자의 기량과 감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 콩쿠르 레퍼토리는 물론 여러 무대에서 꾸준히 선택되고 있다.

비에니아프스키의 두 번째 폴로네이즈 작품인 <화려한 폴로네이즈(Polonaise Brillante, Op.21)>는 1870년 완성되었고, 그로부터 5년 후인 1875년에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비에니아프스키의 후기 작품으로, 젊은 시절의 패기가 음악의 전면에 드러난 <연주회용 폴로네이즈>와는 음악적으로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여전히 화려함을 갖추고 있지만 그 안에서 절제가 느껴지기도 하며, 한층 더 성숙해진 흐름을 보여준다. 테크닉적 요소들 역시 과시를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음악의 표현을 뒷받침하는 역할로 사용된다.

이 곡은 A장조로 쓰였으며, <연주회용 폴로네이즈>와 마찬가지로 바이올린과 피아노,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편성의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랜드 극장에서 오케스트라 반주로 초연되었고, 초연 직후 평단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버전의 악보가 재출판되지 않으면서 이 버전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고, 지금은 피아노 반주 버전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비에니아프스키 폴로네이즈 Op.21 – 알리칸 수너(Alican Süner)의 연주]


곡의 시작은 열일곱 마디의 전주로 열린다. 이 전주는 솔로 바이올린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기대감을 점차적으로 끌어올리며, 앞으로 전개될 음악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어지는 솔로 바이올린의 등장은 곡의 제목에도 적혀있는 ‘brillante’라는 단어처럼 밝고 화려한 모습을 띤다. 바이올린의 E현 음역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첫 주제는 재치 있는 리듬과 함께 제시되며, 단번에 독주자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준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비에니아프스키가 작곡할 때 즐겨 사용했던 슬러 스타카토 주법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이 주법은 그가 생전에 여러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특히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던 테크닉 중 하나로, 작곡가의 연주 스타일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첫 번째 폴로네이즈인 <연주회용 폴로네이즈>와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은 조성의 변화를 다양하게 거치며 보다 풍부한 색채감을 만들어낸다. 첫 주제 이후 진행되는 Più Moderato ed Grandioso 부분에서는 E장조로 전환되며, 더블스탑과 두껍고 낮은 톤의 G선 음역대가 활용되어 도입부와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어서 화려하고 풍성한 옥타브 코드들이 이어진 뒤에 다시 첫 주제가 재현되고, dolce e tranquillo의 새로운 분위기를 맞이한다. 이 부분에서는 앞선 주제들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F장조의 따뜻하고 유려한 선율이 흐르다가 3도, 6도 코드로 구성된 스케일을 통해 생동감을 더한다. 그리고 다시 첫 번째 주제가 돌아오는데, 그 어느 때보다 꽉 채워진 에너지로 끝을 맺는다.

비에니아프스키가 작곡한 두 개의 폴로네이즈를 함께 놓고 살펴보면, 젊은 시절의 열정과 패기, 그리고 인생 후반기의 성숙한 화려함이 대비되어 느껴진다. 같은 양식 안에서 쓰인 두 작품은, 한 작곡가의 음악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정리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더불어, 비에니아프스키가 일생 동안 자신의 고향인 폴란드의 정서와 감각을 꾸준히 이어갔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준화 바이올리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