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조명이 꺼진 뒤에도, 어떤 음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세상을 풍미한 5명의 피아니스트. 어떤 이는 침묵으로, 어떤 이는 고요 속에서 자신의 끝을 완성했다. 어떤 예술가는 그들의 ‘마지막’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새기고 떠난다.

지난해 9월 20일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가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아 마지막 내한 무대를 가졌을 때, 피레스는 객석을 향해 오래도록 허리 숙여 인사했다. 여러 번 활동 중단을 얘기했다가 무대로 돌아온 그였지만 이날 그의 모습은 영원한 작별을 고하는 듯 보였다. 업계에서도 그의 내한을 사실상 마지막으로 여겼다. 공공연하게 그런 표현을 썼고, 본인도 부정하지 않았다. 피레스는 지난달 1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앞으로 콘서트 형식의 연주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저는 더 이상 피아니스트가 아닙니다”라는 공식 선언과 함께. 끝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술가의 고요한 용기를 엿볼 수 있는 나직한 한마디였다.

피레스의 퇴장은 문득 예술가에게 마지막이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예술가에겐 정년퇴직이 없다. 그렇다 보니 예술가의 마지막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마지막을 거부하고, 어떤 이는 마지막조차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만든다. 건반 위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별을 전한 피아니스트들을 돌아보면 그 끝에는 저마다 철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