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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약통장 무용론' 확산
국민평형 84㎡ 분양가만 15억
"금수저 아니면 잔금 마련 어려워"
래미안트리니원 84㎡ 27억4900원
10.15 정책에 대출 2억으로 줄어
"차라리 주식 투자" 머니무브 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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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분양가가 너무 오른 데다가 내 가점으로는 서울 내에서 청약으로 집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청약통장을 해지해 구축 아파트 매수에 보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젊은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 정부가 청약통장 유지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분양가가 높아 실제 당첨되더라도 서울 내 아파트 구매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등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나오면서 청약통장 해지는 더 늘고 있다.
○3년 새 216만 명 사라져
가입자 수는 매년 빠르게 줄고 있다. 2022년 9월에는 2851만8236명이 가입했던 청약통장은 2023년 9월에는 2724만8358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9월에는 다시 2679만4240명으로 2700만명 선이 깨졌다. 최근 3년 새 청약통장을 해지한 인원만 216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정부는 청약통장 해지 사례가 늘면서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청약통장 금리는 지난해 2.0~2.8%에서 2.3~3.1%로 0.3%포인트 인상됐다. 소득공제 폭도 넓혔다. 자산 형성과 청약통장 가입을 연계하기 위해 각종 특례도 신설했다.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이 청약저축 납입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청약저축에 가입하는 젊은 실수요자들은 청약통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통장은 결국 공공분양에 많이 활용되는데, 어차피 수십 년 가입한 게 아니라면 당첨 가능성이 작다”며 “자산 형성이 목적이라면 주식투자를 할 것이고, 주택구입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해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인은 치솟는 분양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의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4547만원에 달한다. 1년 전보다 2.96% 상승했다. 가장 많이 공급되는 전용면적 59㎡를 기준으로 분양가는 11억원,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15억4300만원에 달한다. 30대 실수요자가 청약에 당첨돼도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가격대다.
실제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하는 단지의 분양가는 상한제가 적용됐음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10·15 대책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분양에 나선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8484만원으로, 역대 최고 상한제 적용 분양가를 기록했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27억4900만원에 달한다. 10·15 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제한돼 나머지 25억원은 현금으로 조달해야 한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수요자는 사실상 없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금 부자나 부모가 현금을 증여해줄 수 있는 이른바 ‘금수저’가 아닌 이상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잔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며 “과거에는 대출 등을 통해 젊은 수요자도 자금을 마련할 길이 있었는데, 이제는 청약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분양 많은 지방에서도 “해지”
대구는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데다가 미분양 주택이 많아 젊은 실수요자도 자금 조달이 원활한 곳으로 꼽힌다. 분양 단지들 역시 젊은 실수요자를 노리고 각종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자 오히려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많아 굳이 오랫동안 청약통장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데다가 청약통장 대신 다른 투자상품으로 자산을 더 확보하겠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오히려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젊은 실수요자가 많다”며 “청약통장의 자산증식 효과가 낮아 해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