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오전 9시 30분경,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4명의 절도범은 센강변 도로에 사다리차를 세워 2층 아폴론 갤러리(Galerie d'Apollon) 발코니에 접근한 뒤, 휴대용 전동공구인 앵글그라인더로 경비원을 위협해 창문을 깨고 침입했다.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리의 화려한 내부 / 사진. ⓒWilfredo Rafael Rodriguez Hernandez, 출처. 위키피디아
작업용 노란 조끼를 입고 공사 인부로 위장한 절도범들은 절단기로 방탄 진열장을 파손하고 프랑스 왕실 보석들을 훔친 뒤, 미리 준비한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다. 이 모든 과정은 불과 7분 만에 이루어졌고, 사건 현장은 파리 경찰청에서 불과 800m 떨어져 있었다. 라시다 다티 문화부 장관은 “알람은 울렸지만, 경보 체계와 현장 대응 간의 연결 고리가 미묘하게 어긋났다”고 해명했다. 로랑스 데 카르 루브르 관장은 사건 직후 사직서를 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절도에 사용된 사다리차가 범행 현장에 남아있는 모습, 도둑들은 이 사다리차를 통해 박물관 2층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했다. / 사진. ⓒEPA 연합뉴스모나리자 사건이 소환되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사건을 1911년 모나리자 도난 이후 루브르 최악의 사건으로 보도했다. 당시 루브르의 도장공이었던 이탈리아 출신 빈첸초 페루자(Vincenzo Peruggia)는 <모나리자>를 코트 안에 숨긴 채 폐관 후 유유히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그는 2년 후 피렌체 미술관에 작품을 되팔려다 체포되었고, 재판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탈리아인인데, 왜 그의 작품이 프랑스에 있어야 하냐"며 애국심을 호소했으나, 실제로는 명예욕이 동기였다. 이 사건은 오히려 모나리자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만들었고, 이후 방탄유리 진열장 설치 등 루브르의 보안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계기가 되었다.
방탄유리 진열장에 설치된 <모나리자> / 사진 출처. unsplash사라진 왕관, 사라진 자존심
도난이 이루어진 곳은 루브르 박물관의 아폴론 갤러리이다. 1661년 루브르 박물관에 화재가 발생하자 루이 14세는 건축가 루이 르 보에게 자신의 새로운 상징인 태양을 반영하는 갤러리를 만들 것을 의뢰했다. 르 보는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로를 본떠 금박과 그림으로 장식된 화려한 공간인 아폴로 갤러리를 설계했고, 이 공간은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홀의 모델이 되었다. 1887년부터 박물관이 소장한 프랑스 왕실 보석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도난 사건은 단순한 명화가 아닌, 프랑스 제국의 상징인 왕실 보석이 도난당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프랑스는 영국이나 오스트리아에 비해 왕실 보석이 많지 않다. 대혁명 시기 대규모 약탈로 왕실 보석의 절반 이상을 상실했고, 군주제 폐지 후 많은 보석을 매각해 현재 남은 보물 유산은 극소수다.
도난 당한 마리 루이즈 황후의 보석 세트 목걸이와 귀걸이. 사진은 2020년 1월 루브르 재개관을 기념해 촬영됐다. / 사진. ⓒAFP/연합뉴스
프랑스 외제니 황후가 착용했던 진주로 장식된 티아라. /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1887년, 제3프랑스 공화국은 왕당파 쿠데타에 대한 두려움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왕관 보석을 매각했는데 이번에 사라진 8점은 역사적 가치로 인해 지켜진 유산들이다. 도난 당한 왕실 보석은 나폴레옹 1세가 마리 루이즈에게 선물한 에메랄드 목걸이 및 귀걸이 세트, 나폴레옹 3세의 황후 외제니의 리본 브로치와 왕관, 루이 필리프 왕의 왕비 마리 아멜리의 사파이어 티아라 및 목걸이와 귀걸이 하나 등이다. 이 중 외제니 황후의 왕관은 도둑들이 도주 중 떨어뜨려 일부가 손상된 채 회수되었다. 이들 도난품의 추정 시가는 약 8,800만 유로(1,460억 원)라고 밝혔지만, 프랑스 문화정체성의 핵심이자 루브르의 얼굴로서 그 문화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강도 사건 당시 도둑들의 표적이 되었지만 탈출 과정에서 떨어뜨려 회수한 프랑스 외제니 황후의 왕관. / 사진. ⓒ로이터/연합뉴스유명한 도난 사례들
예술품 도난은 전 세계에서 반복되어 왔다. 1990년 3월 미국 보스턴의 이자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는 경찰 제복을 입은 두 남자가 침입해 렘브란트, 베르메르 등 13점을 훔쳐 달아났다. 피해액은 약 6억 달러로, 역사상 최대 미술품 절도 사건으로 남아 있으며 아직도 그 행방이 묘연하여 회수되지 않았다. 미술관은 도난당한 자리에 빈 액자만 걸어 두고 ‘기억의 공백’을 전시하고 있다.
보스턴의 이자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의 렘브란트의 '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1633)의 그림이 있던 자리에 걸린 빈액자 / 사진. ⓒ이자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노르웨이 오슬로에는 뭉크의 <절규>가 두 차례 도난당했다. 1994년 2월 릴레함메르 올림픽 개막식이 행해지던 날,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서는 절도범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창문을 깨고 <절규(1893)>를 훔치면서 "허술한 보안에 감사한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노르웨이 경찰은 영국 경찰과 게티 미술관의 도움을 받아 작전을 펼쳤고, 그림은 1994년 5월 7일에 손상 없이 회수되었다.
에드바르 뭉크, <절규>, 1893, 도색되지 않은 판지에 템페라와 유채, 73.5 x 91cm / 그림. ⓒ노르웨이 국립 미술관
2004년 8월에는 뭉크 미술관에 무장 괴한이 침입해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또 다른 <절규(1910)>와 <마돈나>를 훔쳐 갔다. 2년 후 두 작품은 총탄과 손상 흔적을 안고 회수되었지만, 회수 경로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복역 중인 노르웨이의 유명 조폭 두목이 자신의 석방에 따른 몸값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소문만이 무성할 뿐이다.
에드바르 뭉크, <절규>, 1910, 도색되지 않은 판지에 템페라와 유채, 73.5 x 91cm / 그림. ⓒ뭉크미술관예술품 절도, 어떤 죄인가?
예술품 절도에 관여한 자들은 형법상 특수절도죄, 장물취득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 형법 제331조(특수절도) : 야간에 문이나 담 그 밖의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하고 제330조의 장소에 침입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함. ● 형법 제362조(장물의 취득, 알선 등) :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 및 그 행위를 알선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 ● 문화재보호법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함
그러나 실제로 절도범들의 처벌 이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도난당한 예술품의 ‘회수’다. 예술품은 훔치기도 어렵지만 팔기도 어렵기 때문에 행방을 찾기 어렵다.
기억을 되찾는 두 개의 장치 — ALR과 인터폴
도난 예술품 회수를 위한 국제 시스템은 두 축으로 움직인다. 먼저, ALR(Art Loss Register)은 세계 최대 민간 도난 미술품 데이터베이스로, 회화·보석·조각·골동품 등 약 70만 건이 등록되어 있다. 도난당한 품목을 등록하려면 £15의 소액 초기 관리 수수료가 있고 회수 시 추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예술 작품의 거래를 하기 전에 도난 여부를 검색할 수 있어, 시장의 신뢰를 보증하는 일종의 ‘예술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기능한다.
ALR 사이트 메인 화면 / 사진 출처. Art Loss Register 사이트
다음으로 인터폴은 경찰이 제공한 공인 정보를 바탕으로 도난 예술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하며, 앱 ‘ID-Art’를 통해 누구나 작품 도난 여부를 확인하고 자산을 등록할 수 있다. 공식 인증된 데이터만 올라가기 때문에 법적 신뢰도가 높고, 국제 문화재 반환 협정에도 직접 활용된다. 두 시스템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예술의 ‘존재’를 지키는 기술이다. 그러나 등록만으로 회수는 보장되지 않으며, 이때 보험과 협상력이 작동한다.
인터폴에 등록된 이번 사건 도난품들 / 사진 출처. 인터폴 사이트예술을 지키는 보험, 그리고 법의 회색지대
예술품 보험은 감정평가, 리스크 분석, 회수 협상까지 포괄하는 정교한 제도다. 전 세계적으로 로이즈, AXA, Hiscox, Chubb 등이 예술 보험을 제공하며, 보험료는 작품 가치의 1–3% 수준이다. 하지만 루브르의 작품들처럼 국가가 소유한 고가의 문화재는 감정가가 수천억 원에 달하여 이를 전액 보장하는 보험료는 상상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에서도 이를 전부 인수하려는 곳은 드물어 국립 박물관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 보험이 활성화되는 영역은 주로 민간 컬렉터의 소장품이고, 대부분의 국립 박물관은 운송 중 손상이나 해외 대여 전시 등 특별 전시 기간에 한정된 부분 보험만을 든다.
그런데 예술품 보험의 세계에는 독특한 역설이 있다. 예술품의 도난이라는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사 입장에서는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도 있지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신 도둑 또는 중간인을 상대로 비공식적인 예술품 회수를 시도한다. 도둑이나 중개인과 비공식 협상을 통해 예술품을 회수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는 법적으로는 회색지대지만, 실제로는 관행화되어 있다.
한편, 도난보험에 가입 후 예술품이 도난당하여 보험사가 미술관에 보험사고 당시의 가격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면 예술품의 소유권은 보험자에게 이전되는데, 이를 보험자대위라고 한다. 다만 대작이거나 반드시 소장하고 싶은 예술품이어서 피보험자인 원소유자가 반드시 되찾아 보관하기를 바란다면, 특약으로 보험금 지급 후 1년이 지나도 목적물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합의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이와 같이 예술품을 되찾는다면 피보험자는 보험금 및 이에 대한 이자를 보험사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대표적 사례가 199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도난당한 테이트 갤러리의 터너 회화 사건이다. 보험사들은 테이트 갤러리에게 도난당한 터너의 두 작품, <그늘과 어둠 : 대홍수 날 저녁>과 <빛과 색채 : 대홍수 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고 있는 모세>에 대한 보험금으로 약 2,400만 파운드를 지급했다. 그런데 테이트 갤러리는 위 작품들을 꼭 되찾고 싶었고, 보험회사는 가능한 한 보험금 지급 상황을 피하고 싶었으며 경찰은 범인 검거를 최우선으로 하였다. 그리하여 1998년 테이트 갤러리는 약 800만 파운드를 보험사에 환급하며 위 작품들의 소유권을 다시 확보하였다. 세 집단은 서로의 동기를 인정하며 공조한 결과 작품은 7년 만에 회수되었다. 이 사건은 보험자대위가 소유권을 전면 대체하지 않으며, 미술관이 문화재를 되찾는 데 있어 ‘법과 현실’ 사이의 조율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좌] 윌리엄 터너, <그늘과 어둠 : 대홍수 날 저녁>, 1843, 캔버스에 유화, 78.5 x 78 cm [우] 윌리엄 터너, <빛과 색채 : 대홍수 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고 있는 모세>, 1843. 캔버스에 유화, 78.5 x 78 cm / 그림. ⓒ테이트 갤러리 소장, 출처. 위키피디아루브르로 돌아오다: 국가의 자존심이 사라진 날
프랑스 정부는 이번 도난품들이 민간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음을 공식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누락이 아니라, 프랑스 제도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실이다. Code du patrimoine제 D.423-8조는 작품이 외부로 대여되거나 이동될 때만 보험 가입을 요구할 뿐, 박물관 내부에 머무는 국유 컬렉션에 관해서는 별도의 보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게다가 루브르처럼 소장품의 규모와 가치가 방대한 경우, 상업적 보험사가 현실적으로 인수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스스로를 보험자로 삼는 ‘자기보험(self-insurance)’ 체제를 유지해 왔고, 그 믿음의 균열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가 불꽃 속에서 프랑스의 상징을 태워버렸다면, 2025년 루브르의 도난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훔쳐 간 사건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 사진 출처. unsplash
한편, 사건의 현실적 측면도 냉정히 따져야 한다. 이번에 도난당한 보석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정식 시장에서 거래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심과 노출이 크기 때문에 그대로 팔 수 없고, 암시장에서의 매매 역시 불법이다. 그렇다면 절도범들이 택할 현실적 선택은 분해·재가공일 가능성이 크다. — 원형을 훼손해 원석이나 금속 형태로 유통하는 방식이다. 다만 각 보석이 지닌 무게·색·미세 불순물 등 고유한 특성은 추적의 단서가 될 수 있고, 분해된다면 그 가치와 식별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부디 도난품들이 훼손되지 않은 채 돌아오기를 바란다.
아무리 촘촘한 제도라도 한순간의 빈틈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 하나 못 당한다”는 속담처럼, 루브르의 사건은 인간이 만든 모든 방어 체계가 가진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예술을 잃는 일은 단순한 소유의 손실이 아니라, 우리가 문화를 지탱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루브르의 빈 진열장은 단지 범죄의 흔적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다시 자신을 수선해야 할 이유를 남긴 자리다. 예술은 언제나 도난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되찾으려는 사회의 의지야말로 문명을 지탱하는 마지막 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