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고의 여행지는 더 이상 발리가 아니다.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자카르타에 가야 한다.
자카르타 국제 공항에 내리면 미술가 에코 누그로흐의 초대형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에코 누그로흐는 우리나라 아라리오갤러리에서도 여러 번 전시했던 인도네시아 스타 작가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항상 예술 작품을 가까이하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아트 투어를 떠나보자. 인도네시아는 세계 인구 4위의 대국인 만큼 작가와 작품이 다채롭고, 미술관과 갤러리도 많다.
가장 먼저 갈 곳은 얼마 전 리노베이션을 끝낸 국립인도네시아미술관(National Gallery of Indonesia)이다. 외관은 식민지 시대의 향수를 담은 건축물이지만 내부는 완벽하게 현대적인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100년 전에는 교육 기관이었던 건물이다.
이 작품에서 바다는 연속성과 깊이를 상징하며, 표면적으로는 고요하지만, 아래로는 보이지 않는 해류를 가진 바다의 힘을 보여준다. 소장품전에서는 인도네시아 작가뿐 아니라 국제적 작가들의 작품도 발견할 수 있어 반갑다. 인도네시아 작가들의 작품은 국립인도네시아미술관의 <소장품전>과 연계해서 감상하면 더욱 이해가 쉽고, 백남준, 이불, 이우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여러 점 있어 흥미롭다.
Installation view of <The Sea is Barely Wrinkled> (2025) and Nyai Roro Kidul (2025) by Kei Imazu (b Japan, 1980) in Kei Imazu <The Sea is Barely Wrinkled> at Museum MACAN, Jakarta, 2025 / 사진제공. Liandro Siringoringo
Nam June Paik (b South Korea, 1932) <Big Shoulder> (1998) / 사진제공. Museum MACAN
Lee Ufan (b South Korea, 1936) <From Line No. 780210> (1978) / 사진제공. Museum MACAN
아트 자카르타가 열린 JEexpo Kemayoran 바로 인근에서는 2022년 <아트리뷰 파워 100인> 1위를 차지한 아시아 최고의 파워풀한 아트 컬렉티브 루앙루파의 25주년 기념 전시가 열렸다. 전시 <ruru25: Poros Lumbung>를 보면서, 루앙 루파의 핵심 메시지인 ‘룸붕(Lumbung)’을 이해하면 좋을 것. 루앙 루파는 2000년 자카르타에서 설립된 비영리 아트 단체다. 프로젝트에 따라 멤버 숫자가 유동적이며, 직위 없이 수평적으로 각자 역할을 수행한다. 미술가뿐 아니라 여러 장르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시, 연구, 교육, 페스티벌, 출판 등 다양한 영역을 소화한다. 루앙루파는 광주 비엔날레, 아트 선재센터 등 우리나라 전시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룸붕’은 인도네시아어로 ‘쌀 헛간’이라는 의미로, 공동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공유하는 축적 시스템을 뜻한다. 루앙 루파의 모든 활동은 이에 근거하고 있다. 미술가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예술 문화를 함께 경험하면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다. 과거의 룸붕은 농작물을 나누었지만, 현대는 돈, 시간, 공간, 장비, 아이디어, 지식을 나누는 것.
인도네시아 넘버 원 갤러리, 로는 아트 자카르타에 매년 두 개의 부스를 출품했다. 실제 존재하는 ‘로’ 부스, 그리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로 프로젝트 프로젝트’가 그것. 올해는 부스가 하나밖에 없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인근에 진짜 새로운 갤러리 비-사이드(b-side)를 열어 그 부스를 출품한 것. 로 갤러리는 자카르타 대표 갤러리답게 수려한 갤러리 공간에 항상 혁신적 전시를 열어서 인도네시아 미술의 자존심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스텔라 종 (Stella Zhong)의 개인전 <Free-Range Suns>은 5미터 대형 조각에서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섬세하게 손으로 만든 작품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우주를 유영하는 미래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텔라 종은 자신이 자란 자카르타, 선전과 같은 거대 도시에서 떠올린 인간, 사물, 환경의 상호 교환 가능한 상상력에서 영감을 받는다.
갤러리 빌딩 자카르타 아트허브 라누자 (Ranuza Building) 외관 사진
자카르타 아트 허브 빌딩 지하의 루바나 갤러리는 자카르타 베스트 5 갤러리 중 하나이며, 이 빌딩의 터줏대감이다. 이외에 이 빌딩에서는 Kendys Gallery, C Project, Jagad Gallery, Sewu Satu, Vice & Virtue Gallery, Art WeMe, Sidharta Auctioneer, Art Agenda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앞 자카르타 아트허브 라누자 빌딩에는 THEO, Yuan Gallery, YIRI ARTS, SAL Projects, Meiro Collection 갤러리가 있다. 자카르타에는 한국 갤러리가 두 개나 있다. 이번에 이 빌딩에 문을 연 띠오 갤러리와 지난 2022년 문을 백아트 자카르타 그것. 띠오에서는 이윤희 작가의 <La Divina Commedia>가, 백아트에서는 여성 작가 6인의 그룹전 <Artifacts of Passage>가 열리고 있다.
Yunhee Lee <La Divina Commedia> (2025), Porcelain, 31 × 33 × 95(h)cm / 사진제공. THEO Gallery
백아트 자카르타 <Artifacts of Passage> 전시 전경 / 사진제공. Baik Art Gallery
이렇게 매력적 스팟이 많으니, 우리가 자카르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내년 2026년에는 자카르타비엔날레가 열리고, 그다음 해에는 욕자카르타비엔날레가 열리니 특히 아트 자카르타가 열리는 가을에 가면 금상첨화일 것!
Writer is…… 문화 기자 이소영은 멤버십 매거진 <스타일 H> <더 갤러리아>에서 일했다. <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전통 혼례>의 저자이며, <와인과 사람> <노래하지 않는 피아노> 등을 기획·편집했다.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한류여행안내서 Person:able SEOUL>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