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발리 대신 자카르타 아트 투어…현대미술의 아시아 성지로 떠난 여행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트 자카르타 2025 ②

    공항부터 미술관까지
    예술이 일상이 되는 도시
    자카르타 아트 투어
    인도네시아 최고의 여행지는 더 이상 발리가 아니다.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자카르타에 가야 한다.

    자카르타 국제 공항에 내리면 미술가 에코 누그로흐의 초대형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에코 누그로흐는 우리나라 아라리오갤러리에서도 여러 번 전시했던 인도네시아 스타 작가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항상 예술 작품을 가까이하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아트 투어를 떠나보자. 인도네시아는 세계 인구 4위의 대국인 만큼 작가와 작품이 다채롭고, 미술관과 갤러리도 많다.

    가장 먼저 갈 곳은 얼마 전 리노베이션을 끝낸 국립인도네시아미술관(National Gallery of Indonesia)이다. 외관은 식민지 시대의 향수를 담은 건축물이지만 내부는 완벽하게 현대적인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100년 전에는 교육 기관이었던 건물이다.
    국립인도네시아현대미술관 외부 전경 / 사진. © 이소영
    국립인도네시아현대미술관 외부 전경 / 사진. © 이소영
    두 개의 전시를 진행 중인데, 상설전 <Permanent Collection>은 인도네시아 근대 미술에서부터 현대 미술까지의 100여년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근대 미술 초기에는 한없이 정적이고 진중하다가, 현대 미술 섹션으로 하면 갑자기 놀랄 만큼 크고 강렬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미술 애호가에게도 알려진 국제적 작가인 좀펫 쿠스위다난토(Jompet Kuswidananto), 우지 하한(Uji Hahan), 컬렉티브 트로마라마(Tromarama)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트로마라마는 지난 4월 서울 송은에서 개인전을 가졌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현대미술과 멀지 않다.

    <NYALA: 200 Tahun Perang Diponegoro>는 오랜 식민지 시대와 전쟁이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보여주는 전시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전시라서 더욱 흥미롭다.
    국립인도네시아현대미술관 전경 / 사진. © 이소영
    국립인도네시아현대미술관 전경 / 사진. © 이소영
    국립인도네시아현대미술관 전경 / 사진. © 이소영
    국립인도네시아현대미술관 전경 / 사진. © 이소영
    뮤지엄 마칸(Museum MACAN)은 미디어 기업이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최고 사립미술관이다. 매년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별한 전시를 열고 있으며, 올해는 두 개의 전시로 미술 애호가를 맞았다. 반둥으로 이주한 일본계 미술가 케이 이마주(Kei Imazu)의 인도네시아 첫 개인전 <The Sea is Barely Wrinkled>과 소장품 전시 <Pointing to The Synchronous Windows>가 그것. 케이 이마주의 아름다운 설치 작품은 네덜란드 통치 시대까지 중요한 해상 무역 허브였던 북자카르타 지역에 대한 케이 이마주의 장기적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전시 제목은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팔로마>(1983년)에서 따왔다.

    이 작품에서 바다는 연속성과 깊이를 상징하며, 표면적으로는 고요하지만, 아래로는 보이지 않는 해류를 가진 바다의 힘을 보여준다. 소장품전에서는 인도네시아 작가뿐 아니라 국제적 작가들의 작품도 발견할 수 있어 반갑다. 인도네시아 작가들의 작품은 국립인도네시아미술관의 <소장품전>과 연계해서 감상하면 더욱 이해가 쉽고, 백남준, 이불, 이우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여러 점 있어 흥미롭다.
    Installation view of <The Sea is Barely Wrinkled> (2025) and Nyai Roro Kidul (2025) by Kei Imazu (b Japan, 1980) in Kei Imazu <The Sea is Barely Wrinkled> at Museum MACAN, Jakarta, 2025 / 사진제공. Liandro Siringoringo
    Installation view of <The Sea is Barely Wrinkled> (2025) and Nyai Roro Kidul (2025) by Kei Imazu (b Japan, 1980) in Kei Imazu <The Sea is Barely Wrinkled> at Museum MACAN, Jakarta, 2025 / 사진제공. Liandro Siringoringo
    Nam June Paik (b South Korea, 1932) <Big Shoulder> (1998) / 사진제공. Museum MACAN
    Nam June Paik (b South Korea, 1932) <Big Shoulder> (1998) / 사진제공. Museum MACAN
    Lee Ufan (b South Korea, 1936) <From Line No. 780210> (1978) / 사진제공. Museum MACAN
    Lee Ufan (b South Korea, 1936) <From Line No. 780210> (1978) / 사진제공. Museum MACAN
    아트 자카르타가 열린 JEexpo Kemayoran 바로 인근에서는 2022년 <아트리뷰 파워 100인> 1위를 차지한 아시아 최고의 파워풀한 아트 컬렉티브 루앙루파의 25주년 기념 전시가 열렸다. 전시 <ruru25: Poros Lumbung>를 보면서, 루앙 루파의 핵심 메시지인 ‘룸붕(Lumbung)’을 이해하면 좋을 것. 루앙 루파는 2000년 자카르타에서 설립된 비영리 아트 단체다. 프로젝트에 따라 멤버 숫자가 유동적이며, 직위 없이 수평적으로 각자 역할을 수행한다. 미술가뿐 아니라 여러 장르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시, 연구, 교육, 페스티벌, 출판 등 다양한 영역을 소화한다. 루앙루파는 광주 비엔날레, 아트 선재센터 등 우리나라 전시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룸붕’은 인도네시아어로 ‘쌀 헛간’이라는 의미로, 공동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공유하는 축적 시스템을 뜻한다. 루앙 루파의 모든 활동은 이에 근거하고 있다. 미술가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예술 문화를 함께 경험하면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다. 과거의 룸붕은 농작물을 나누었지만, 현대는 돈, 시간, 공간, 장비, 아이디어, 지식을 나누는 것.
    루앙 루파 <ruru25: Poros Lumbung> 전시 전경 / 사진. © 이소영
    루앙 루파 <ruru25: Poros Lumbung> 전시 전경 / 사진. © 이소영
    주요 대형 전시를 보았으니, 이제 갤러리로 가볼 시간. 자카르타 빅 5 갤러리는 로(ROH), 가자 갤러리 (Gajah Gallery), ISA 아트 갤러리, 아라 컨템포러리(ara contemporary), 루바나 언더 그라운드 허브(Rubanah Underground Hub)가 있다.

    인도네시아 넘버 원 갤러리, 로는 아트 자카르타에 매년 두 개의 부스를 출품했다. 실제 존재하는 ‘로’ 부스, 그리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로 프로젝트 프로젝트’가 그것. 올해는 부스가 하나밖에 없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인근에 진짜 새로운 갤러리 비-사이드(b-side)를 열어 그 부스를 출품한 것. 로 갤러리는 자카르타 대표 갤러리답게 수려한 갤러리 공간에 항상 혁신적 전시를 열어서 인도네시아 미술의 자존심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스텔라 종 (Stella Zhong)의 개인전 <Free-Range Suns>은 5미터 대형 조각에서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섬세하게 손으로 만든 작품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우주를 유영하는 미래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텔라 종은 자신이 자란 자카르타, 선전과 같은 거대 도시에서 떠올린 인간, 사물, 환경의 상호 교환 가능한 상상력에서 영감을 받는다.
    로(ROH) 갤러리 전경 / 사진. © 이소영
    로(ROH) 갤러리 전경 / 사진. © 이소영
    로 갤러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새로 생긴 비-사이드 갤러리가 있다. 정부가 관리하는 하천의 낡은 상가에 자리잡은 갤러리인데, 이 거리를 구경하는 것도 대단히 흥미롭다. 음반 가게, 플라워 샵, 카페 등 흥미로운 작은 상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비-사이드에서는 한국 컬렉티브 이끼바위쿠르르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카셀 도큐멘타 15, 부산비엔날레에도 출품되었던 제주 해녀 소재 작품이다.
    비 사이드(b-side) 갤러리 전경 / 사진. © 이소영
    비 사이드(b-side) 갤러리 전경 / 사진. © 이소영
    역시 새로 생긴 아라 컨템포러리로 발걸음을 옮길 차례. 창립자 세 명의 이름 Arlin, Ramadanti, Chandra에서 유래한 이름의 아라 컨템포러리는 고급 주택가 지구에 위치해 인근에 카페, 빈티지샵 등이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알리사 춘추(Alisa Chunchue)의 전시 <상처(Wound)>는 유리 조각과 연필 드로잉 회화의 섬세함이 매혹적이다. 이 연작들은 작가가 작품에 보낸 시간을 기록한 일종의 명상 그림이다. 2020년부터 진행 중인 이 연작은 슬픔에 대처할 방법을 찾는 작가의 탐구에서 비롯되었다.
    Alisa Chunchue <Wound>전시 전경, 아라 컨템포러리 / 사진. © 이소영
    Alisa Chunchue <Wound>전시 전경, 아라 컨템포러리 / 사진. © 이소영
    아래 전시장에서는 마 크리스토프(Mar Kristoff)의 개인전 <Interloper>를 만날 수 있다. 가족 앨범 속 사진과 추억을 담은 물건을 작품으로 옮기면서 분열된 시간성에 대한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두 전시 모두 11월 2일까지 열린다.
    Mar Kristoff <Interloper>전시 전경, 아라 컨템포러리 / 사진. © 이소영
    Mar Kristoff <Interloper>전시 전경, 아라 컨템포러리 / 사진. © 이소영
    가자 갤러리는 자카르타, 욕자카르타, 싱가포르, 세 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자카르타 전시장에서는 로지 물야디(Rosit Mulyadi)의 개인전 <세기 이후의 인간(Humans, After Centuries)>이 열렸다. 알루미늄 패널에 그린 화려한 낭만주의 유화 그림은 예술의 힘은 해결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재구성하는 능력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가자 갤러리(Gajah Gallery) 전시 전경 / 사진. © 이소영
    가자 갤러리(Gajah Gallery) 전시 전경 / 사진. © 이소영
    마지막으로, 자카르타에 갤러리 빌딩이 두 채나 있다는 것을 아는지?
    아트 자카르타의 성공 이후, 자카르타 아트 허브 Jakarta ArtHub Wisma GEHA 빌딩에 9개의 갤러리가 입점해 화제를 모았는데, 올해는 바로 그 앞에 자카르타 아트허브 라누자(Jakarta ArtHub Ranuza)가 생겨서 5개의 갤러리가 입점했다. 한 지역에서 14개의 갤러리 전시를 볼 수 있으니 자카르타 아트 투어의 필수 코스다. 주로 작은 자카르타 갤러리나 해외 갤러리들인데, 규모는 크지 않아도 작품성은 보증한다. 아트 자카르타에도 대부분 출품하는 갤러리들이다.
    갤러리 빌딩 자카르타 아트허브 라누자 (Ranuza Building) 외관 사진
    갤러리 빌딩 자카르타 아트허브 라누자 (Ranuza Building) 외관 사진
    자카르타 아트 허브 빌딩 지하의 루바나 갤러리는 자카르타 베스트 5 갤러리 중 하나이며, 이 빌딩의 터줏대감이다. 이외에 이 빌딩에서는 Kendys Gallery, C Project, Jagad Gallery, Sewu Satu, Vice & Virtue Gallery, Art WeMe, Sidharta Auctioneer, Art Agenda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앞 자카르타 아트허브 라누자 빌딩에는 THEO, Yuan Gallery, YIRI ARTS, SAL Projects, Meiro Collection 갤러리가 있다. 자카르타에는 한국 갤러리가 두 개나 있다. 이번에 이 빌딩에 문을 연 띠오 갤러리와 지난 2022년 문을 백아트 자카르타 그것. 띠오에서는 이윤희 작가의 <La Divina Commedia>가, 백아트에서는 여성 작가 6인의 그룹전 <Artifacts of Passage>가 열리고 있다.
    Yunhee Lee <La Divina Commedia> (2025), Porcelain, 31 × 33 × 95(h)cm / 사진제공. THEO Gallery
    Yunhee Lee <La Divina Commedia> (2025), Porcelain, 31 × 33 × 95(h)cm / 사진제공. THEO Gallery
    백아트 자카르타 <Artifacts of Passage> 전시 전경 / 사진제공. Baik Art Gallery
    백아트 자카르타 <Artifacts of Passage> 전시 전경 / 사진제공. Baik Art Gallery
    이렇게 매력적 스팟이 많으니, 우리가 자카르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내년 2026년에는 자카르타비엔날레가 열리고, 그다음 해에는 욕자카르타비엔날레가 열리니 특히 아트 자카르타가 열리는 가을에 가면 금상첨화일 것!

    Writer is……
    문화 기자 이소영은 멤버십 매거진 <스타일 H> <더 갤러리아>에서 일했다. <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전통 혼례>의 저자이며, <와인과 사람> <노래하지 않는 피아노> 등을 기획·편집했다.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한류여행안내서 Person:able SEOUL>도 만들었다.

    ADVERTISEMENT

    1. 1

      "프리즈, 바젤에 지쳤다면?" 자카르타에서 만난 '진짜 아트페어'

      ‘아트 자카르타(Art Jakarta)’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미술 애호가라면 인도네시아의 대표 아트 페어인 아트 자카르타를 꼭 기억해야만 한다.아트 페어 전성 시대다. 세계 주요 도시마다 대...

    2. 2

      생생한 예술 지혜를 베푸는 공간, 선혜원(鮮慧院)

      북악산 아래 자리한 삼청동(三淸洞)은 북쪽으로 향할수록 고즈넉하다. 초입이야 경복궁과 맞닿아 있어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좁고 정겨운 2차선 도로를 따라 삼청공원 인근까지 가면 언제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기품...

    3. 3

      [포토] 제27회 반도체 대전 개막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충북반도체고 학생들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HBM4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국내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