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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증시'에 돌아온 변동성…위기 신호? 매수 기회?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지금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탄'이었던 미국 증시에도 짧게나마 국면 전환의 시점이 오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6개월 간 S&P 500은 무려 30% 올랐습니다. 일일 변동폭이 1% 미만인 거래일이 무려 33일 동안 이어지는, 역사적인 저(低)변동성도 동반됐습니다.
지금 Fed '긴축 종료' 신호의 뜻
이렇게 많은 뉴스들로 시장이 혼란했던 일주일이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뉴스는 따로 있었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14일 "향후 몇 달 안에" 양적 긴축(QT)을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입니다. Fed는 2022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때 시행한 대규모 채권 매입을 되돌리기 위해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정책을 3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그것을 머지 않은 시점에 끝낼 수 있다며 전환점을 신호한 겁니다. 월가에선 벌써 양적 완화(QE) 기대까지 나옵니다.
실제 최근 몇 주 간 단기 자금 시장의 스트레스 신호들이 늘어났습니다. 익일 담보부 금리(SOFR)·일반 레포금리(TGCR) 등 초단기 자금 시장 금리가 Fed 이자율(IORB·연방기금금리)보다 높아지고, 그 상태에서 스프레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데도 급전이 필요한 시장 참가자들이 계속 단기 자금 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돈은 넘쳐난다는데 단기 자금 시장에선 이렇게 달러 유동성 부족이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수년간 지속된 QT로 은행 준비금 감소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미 재무부가 단기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민간 자금을 흡수하고 있는 게 기본적인 배경입니다.
대형은행들이 이렇다면 소규모 은행들은 사정이 훨씬 더 어렵겠죠. 미국 은행 준비금은 최근 들어 더 가파른 속도로 감소하며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019년 레포시장 발작 사태, 2020년 코로나 당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모두 위기 발생 전 준비금이 급감하는 전조가 있었습니다.
파월 의장이 지금 이 시점에 QT 종료 시그널을 보낸 것은 이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뿐 아니라 Fed와 미국 금융당국은 지역은행에 대한 자본 규제 완화도 준비 중입니다.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설마 이번에도' 위기가 반복될까봐 걱정하는 심리가 시장에 확산하면 이는 달러 유동성 부족을 심화시키고 금리는 또 치솟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으니, 그 고리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갑자기 부상한 '섀도우 뱅킹' 리스크
파월 의장이 지금 긴축 종료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모대출, 부실 기업 대출 등 비은행 금융 기관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입니다. 겉보기엔 미국은 지금 신용시장 황금기지만, 10여년 간 과잉 유동성과 구조적 과열이 이어지면서 누적됐던 부실이 이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최근 상당합니다.지난달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와, 사모금융을 통해 월가에서 많은 부채를 조달했던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의 잇단 파산 신청이 직접적인 트리거가 됐습니다. JP모건, 제프리스, 피프스서드은행 등 다수 은행과 펀드들도 이 회사들의 채권과 투자에 각각 수억 달러 규모가 노출되어 있어 이미 손실을 반영한 상태입니다.
특히 트라이컬러는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소득·신용 정보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하나의 자동차에 이중·삼중 담보를 잡는 등 사기성 행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대출 채권을 기반으로 자산 유동화 채권(ABS)을 발행해 대규모 유통됐는데, 이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입니다.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선 이것이 개별 회사의 문제인지, 과거의 기억처럼 서브프라임 오토론 시장과 사모금융 시장 전반의 시스템적 위기 신호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한 심리가 자극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이먼의 '바퀴벌레 이론'과 지역은행 부실
이런 불안감을 더 자극한 것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입니다. JP모건도 이번 트라이컬러 관련 손실로 1억7000만 달러를 상각했죠. 그는 지난 14일 실적 발표에서 이를 계기로 내부통제를 다시 검토하는 중이라면서 "(사모신용으로 자금을 대거 조달하고 파산한) 퍼스트브랜즈와 같은 사례를 몇 개 더 봤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다면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이먼은 "우린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신용 강세장을 누려왔는데, 그로 인해 일부 과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만약 경기침체가 온다면 신용 부실이 훨씬 더 많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오랜 초저금리와 경제 성장 둔화 속에서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좇아 공격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온 대가가 이제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특히 BDC를 언급하면서 비은행 대출의 리스크가 더 크다고 암시했죠. 물론 미국 최대 은행 CEO로서 '문제는 우리가 아니다'라는 회피 기동의 목적도 있었을 겁니다. 사모신용 투자회사 블루아울캐피털의 립슐츠 CEO는 "바퀴벌레는 JP모건에서나 찾아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사모신용이 아닌 은행들이 공개시장에서 유통한 신디케이트론과 ABS의 문제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다이먼의 발언은 이미 취약해졌던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기엔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16일 미국 내 자산 규모 30·31위의 소형 지역은행인 자이언, 웨스턴얼라이언스가 정말로 대출 부실로 인한 손실 처리를 발표하면서 '바퀴벌레 이론'이 증시를 뒤흔들게 된 것입니다.
강세장 근거는 변하지 않았다…그럼에도 시장 취약해진 이유
미국 증시가 하루만에 반등한 데서 알 수 있듯, 월가는 이번 사건들이 2008년 금융위기나 2023년 SVB 사태같은 시스템적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최근 유동성 스트레스에도 재할인창구, 상시레포대출기구 같은 Fed의 최종 대부자 시스템 이용은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역은행이나 금융사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은행 시스템 전반의 신용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조짐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하이일드채권과 투자등급채권 스프레드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고요. 2023년과 달리 지금은 금리 인하 환경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건 Fed가 또 한 번 해결사로 나설 의지를 이미 보여줬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시점에 양적 긴축 종료를 신호한 것 자체가 Fed가 이런 시장의 균열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SVB 사태 당시에도 Fed는 은행들이 보유 채권을 시가 손실 없이 담보로 맡기고 1년짜리 돈을 빌릴 수 있는 파격 조건의 BTFP를 한시 가동하면서 위기를 수습했었죠. 어떻게든 Fed가 나서줄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살려놓은 겁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갈등 완화 발언, 성장 친화적 경제 정책, 기업들의 호실적, AI 투자 등 구조적 강세장을 뒷받침할 요인들은 아직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월가 대부분이 이번 조정이 단기 과열을 식히는 건전한 조정에 불과하며, 10월 말 미중 정상회담까지의 고비를 넘기면 연말 랠리가 다시 펼쳐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완전히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방탄'이었던 시장 심리가 이번 국면을 계기로 달라졌을까요?
JP모건은 지난 10여 년 동안 사실상 경기 침체 없이 위험자산 투자가 호황을 누려왔다 보니 투자자들이 개별 이벤트마다 "이게 트리거일 수 있다"는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허용하려는 한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그 결과 비정상적으로 올라갔던 리스크 자산 전반에 대한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밸류에이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