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다이먼의 바퀴벌레' 지역은행에서 터졌다…실리콘밸리은행 반복?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가 지역은행 스캔들에 흔들렸습니다. 사모금융을 잔뜩 끌어 쓴 뒤 파산한 비상장사 퍼스트브랜즈, 트라이컬러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던 차에 몇몇 지역은행에서 부실 대출에 따른 손실이 나타나자 매도 물량이 몰려나온 것입니다.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원전, 퀀텀컴퓨팅, 희토류 등 그동안 투기가 몰렸던 주식에서도 급락세가 나타났습니다.
1. AI 붐이 지켰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5%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주가는 오름세를 가속하며 오전 10시 50분께 S&P500 지수는 0.6%, 나스닥은 약 1%까지 올랐습니다.
대만 TSMC는 지난 3분기(7∼9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분기 기록입니다. 올해 매출 증가율도 30~40%로 제시해서 기존 전망치 30%보다 상향 조정했습니다. CC웨이 CEO는 "AI 메가 트렌드에 대한 확신은 더 강해지고 있다. 2026년 전망도 긍정적이며, AI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장비사인 ASML이 어제 긍정적 내년 가이던스를 내놓은 데 이은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TSMC에 대한 목표주가(매수)를 52.27달러에서 58.80달러로 높이면서 “TSMC가 'AI'라는 거대 트렌드 속에서 독보적 입지를 확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지만, 예상에는 약간 못 미쳤는데요. 4분기 매출 전망치는 컨센서스를 상회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측은 "거시경제 변동성" 속에서도 현재까지 "큰 모멘텀"을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JP모건 등 대형 6개 은행은 지난 3분기 총 410억 달러에 가까운 이익을 올렸는데요. 이는 작년보다 19% 증가한 수치입니다.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CEO는 강력한 소비자 지출, 안정적 예금 등을 거론하면서 "일관되게 강력한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라고 말했습니다.
2. 지역은행들의 자백…제2 실리콘밸리은행?
대형 은행에게도 일부 흠은 있었습니다. 최근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가 잇따라 파산했는데요. 이로 인해 최근 몇 년 간 급증한 사모대출 등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에 대해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트라이컬러 파산으로 1억7000만 달러 손실을 입었다며 "우리도 실수 한다. 바퀴벌레가 한 마리 보이면 아마 더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형 은행들의 순상각비율은 전분기보다 더 떨어지는 등 큰 문제는 없었죠.
자이언스뱅크는 자회사 캘리포니아뱅크앤트러스트가 관련된 두 건의 대출에서 5000만 달러 손실을 봤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자이언은 오는 20일 3분기 실적 발표 때 6000만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쌓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뱅크도 자이언스뱅크가 손실을 본 같은 펀드에 9860만 달러 규모 대출이 남아있다고 밝힌 후 하락했습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는 이 펀드를 사기로 고발했습니다. 이 펀드는 위조된 소유권 등으로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100억 달러가 넘는 사모대출 등을 쓴 뒤 파산을 신청한 퍼스트브랜즈도 설립자가 돈을 빼돌린 혐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불투명한 사모대출 시장에서 느슨한 대출 관행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죠. 지난달 피프스서드뱅코프(FITB)도 대출 두 건에 대한 사기 혐의를 제기하면서 최대 2억 달러의 대출 손실을 공시한 바 있습니다.
퍼스트브랜즈와 관련해 운용중인 헤지펀드가 7억1500만 달러 노출이 있는 것으로 밝혀찐 제프리스도 10.62% 폭락했습니다. 사모대출을 많이 해준 블루오울캐피털(-7.18%), 블랙스톤(-3.97%), 아폴로매니지먼트(-5.37%)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페이브파이낸스의 피터 코리 전략가는 "사모대출 시장은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에 거기에 어떤 구체적 문제가 있는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우려가 확산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3. 투매 확산, 25까지 치솟은 VIX
지역은행 폭락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습니다. 공매도가 많았던 주식, 개인 투자자 선호 종목, 소형주 등에서도 매물이 몰려나왔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주요 지수는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고 정오를 넘으자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암호화폐도 떨어졌습니다. 비트코인은 3% 내린 10만8000달러 선에 거래됐고, 이더리움은 3.41% 내려 385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변동성 지수(VIX)는 급등했습니다. VIX는 22% 뛰어 25.31을 기록했는데요. 지난주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100% 추가' 충격 때 기록했던 22.44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4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4. 월러, 매파로 변하나
다행인 것은 미중 무역 갈등에서는 새로운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최근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전면적 금지 조치는 아니며 수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해명했습니다. 상무부 대변인은 "희토류가 민간 목적으로 사용되는 한 수출은 승인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셧다운 때문에 오늘 발표가 예정됐던 9월 생산자물가와 9월 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 발표는 모두 지연됐습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10월 주택시장 지수는 5포인트 오른 37을 기록했습니다. 4월 이후 최고입니다. 주택업체들의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죠. 모기지 금리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프레디 맥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6.3% 안팎까지 낮아졌습니다. 웰스파고는 "37은 올해 들어 5번째로 높은 수치지만, 2015-2019년 평균 64보다 훨씬 낮다. 주택 구매 여건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모기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시장 상황은 여전히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월러 이사가 차기 Fed 의장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느끼는 게 아니냐"라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월러는 자신을 의장 경쟁에서 스스로 제외했을 수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CIO는 확실히 경쟁에 뛰어들었고, 케빈 워시 전 Fed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은 우리 관점에서는 가능성이 낮다"라고 평가했습니다.
5. "아직 시스템 위기 아니다"
주가 하락세는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S&P500 지수는 0.63%, 나스닥은 0.47% 내렸고요. 다우는 0.65% 하락했습니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2.09% 떨어졌습니다.
월가는 시장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UBS는 미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① 강력한 이익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3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됐는데요. UBS는 "은행 실적은 양호한 소비 환경을 시사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연체율도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탄탄한 소비 지출은 지속적 이익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UBS는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 성장률은 2분기 8%에서 3분기 10%로 추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3분기 어닝은 강세장이 건재하다는 우리 전망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② AI 성장은 여전히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겁니다. 어제 ASML은 AI 수요에 힘입어 내년에도 성장을 예상했고요. TSMC는 3분기 39%의 이익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UBS는 "이런 실적은 AI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 수요를 보여준다. AI 버블 가능성, 순환 투자에 대한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펀더멘털, 성장 전망, 그리고 뛰어난 대차대조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③ Fed의 금리 인하가 시장을 지지한다는 겁니다. UBS는 "경기 침체가 아닌 시기에 금리 인하는 통상 기업 실적에 유리한 거시경제 환경을 제공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UBS는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주 경제 회복력을 언급하면서도, 고용 약화의 위험을 강조했는데 이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다. Fed는 지금부터 내년 1분기까지 75bp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