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럼프 약점 봤다"…S&P 왜 6772에서 막혔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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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좋은 은행 실적…소비 멀쩡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0.9%에 이르는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정부가 발표되는 경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월가는 미국 경제 상황을 은행 실적에서 찾고 있는데요. 어제 발표된 JP모건 웰스파고 시티 등 주요 은행 실적이 모두 다 예상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소비가 좋다는 것은 명품 업체 LVMH 실적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루이뷔통과 디올의 모회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 증가했는데요. 1, 2분기 감소세를 뒤집으면서 올해 처음 성장한 것입니다. LVMH는 꾸준한 미국 수요(+3%)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고요.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도 상반기 9% 감소에서 3분기 2%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주가는 파리에서 12% 급등했는데요. 이는 2001년 9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입니다.
2. 계속 돈이 몰리는 AI
AI 측면에서는 ASML의 가이던스 외에도 계속해서 초대형 투자 소식들이 이어졌습니다.
AI인프라파트너십(AIP)은 북미에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얼라인드데이터센터를 40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AIP는 블랙록과 UAE의 MGX,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가 지난해 설립했으며 쿠웨이트투자청(KITA), xAI, 테마섹이 추가로 참여했습니다. AIP 대표인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이번 투자를 통해 AI의 미래를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 시설을 공급한다는 우리 목표가 한층 진전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엔비디아 주가는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엔비디아에 대해 '중립' 투자 의견을 가진 몇 안 되는 증권사 중 하나인 HSBC는 오늘 '매수'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200달러에서 320달러로 높였습니다. 320달러는 월가에서 가장 높은 것입니다. 앞으로도 70% 이상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인데요. HSBC는 그 이유로 AI 칩에 대한 "끊임없이 증가하는" 총 시장 규모(TAM)를 들었습니다. HSBC는 2027회계연도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3510억 달러,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3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이는 월가 컨센서스 2530억 달러보다 훨씬 많습니다.
3. 베이지북 "해고" 언급 6→14회
Fed는 베이지북을 발표했습니다.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지난 6주 동안의 지역 경제 동향을 진단한 보고서로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쓰일 기초자료입니다. 정부 데이터 발표가 없어서 시장의 관심이 더 크게 쏠렸는데요.
◆전반적 경제활동=거의 변화가 없었다. 3개 지구는 소폭~완만한 성장을, 5개 지구는 변동 없음을, 4개 지구는 소폭 둔화를 보고했다.
◆소비=전반적인 소비 지출, 특히 소매 상품 지출은 최근 몇 주 동안 소폭 감소했지만, 9월 말 세액공제 만료를 앞두고 일부 지구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강세를 보였다.
◆노동 시장=고용은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고, 노동 수요는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해고와 자연 감소를 통해 직원 수를 줄였다고 보고한 고용주가 더 많았다. 이들은 수요 감소, 불확실성 증가, 경우에 따라 AI 투자 증가를 원인으로 언급했다.
◆인플레이션=물가는 더 상승했다. 여러 지역에서는 수입 비용 상승과 보험, 의료, 기술 솔루션 등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인해 투입 비용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관세 영향은 여러 지구에서 보고되었지만, 최종 가격에 전가되는 정도는 달랐다. 일부 기업은 고객 반발로 판매 가격을 거의 변동 없이 유지했지만, 일부는 전가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BMO는 "기본적으로 경제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고용은 여전히 부진했으며,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이었다. FOMC가 최근 고용 시장 하방 위험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시적 인플레이션 위협을 무시하고 이달 말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습니다.
TD이코노믹스는 "우리는 10월 인하를 예상해 왔고, 베이지북은 소비 지출과 고용의 추가 약화를 지적해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해고가 14회 언급되었는데, 이전의 6회보다 증가한 수치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데이터센터 건설 급증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AI 기업들이 일부 지역에서 사무실 공간을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고 기술했다"라고 풀이했습니다.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새 일자리가 생기기 전에 일자리가 먼저 사라질 것이다. 새 일자리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까지는 몇 년 더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AI가 당분간은 고용에 역풍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어제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기록한 직후 앞으로 몇 주 안에 직원 감축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1000명 이상이 해고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골드만삭스는 통상 실적이 저조한 직원을 자르는 것 외에 AI로 대체되면 효율이 높아질 수 있는 직무를 축소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신속하게 인하해야 할 시급성이 더 커졌다. 올해 금리 두 차례 추가 인하가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는 오는 29일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어제 파월 의장 발언(고용에 대한 상당한 하방 위험이 있다)과 오늘 베이지북을 보면 확실하다는 것이죠. JP모건은 "Fed가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의향이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었지만, 어제 파월 발언은 그런 기대를 강하게 확인시켜 주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4. 무역갈등…중국이 공격하는 이유
미·중 갈등은 계속해서 증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100% 추가 위협이 나온 뒤 연일 양국의 치고받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중국의 대두 수입과 관련해 보복을 시사했고요. 중국은 중국 항구에 입항만 미국 선박에 대해 170만 달러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대응했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려 하는 한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희토류 공급이 유지된다면 우리도 관세를 낮게 유지하겠다"라는 게 그동안의 잠정 합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그리어 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베선트 장관은 중국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협상 여지를 열어두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이 희토류 통제 강화를 연기하는 대가로 추가 관세를 더 오랫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제기했습니다. "우리가 대신 더 긴 유예를 주는 게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몇 주 동안 협상에 달려 있다"라고 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또 자신이 아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진핑 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에 앞서 자신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허리펑 부총리와 만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했습니다.
베선트는 주가 하락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베이징과 협상하게 될 것이라는 WSJ 보도를 일축하며, 협상을 촉진하는 것은 국익이라고 말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양국 긴장이 더욱 팽팽해지고 있지만, 양국 모두 심각한 무역 차질로 인한 지속적 경제적 피해를 감당할 수 없어서 궁극적으로는 화해가 가장 유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불과 1년 앞두고 심각한 경제 차질을 감당할 수 없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 심화로 수출 의존도는 더욱 커졌고, 청년 실업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소비는 부진하다.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회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자리에서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이번 무역전쟁은 베이징이 먼저 시작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은 지금이 희토류 지배력이 가장 강한 시기이며, 미국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중국의 희토류 협상 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질 것이고, 반도체 접근이 제한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산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는 겁니다. 그는 "이는 중국이 상황을 냉정히 분석하고 전면적 무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레이몬드제임스의 에드 밀스 정책 분석가는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갈등을 만들어내고 목표를 옮기면서, 오히려 더 큰 딜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중국이 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을 강하게 원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약한 고리는 어디인지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회담이 긍정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이 미국의 대두와 항공기를 대규모로 구매하고, 최대 1조 달러 투자를 약속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그 대가로, 기술 관련 제재 완화, 특히 반도체·장비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 측은 만약 중국이 희토류를 보장한다면 일부 기술을 제공할 의사도 있다고 본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종 조치가 발표된 것은 긴장을 확대하기보다는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만약 이런 조치가 시행된다면 희토류 공급망의 부분적 차질조차도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모델에 따르면 2020년대 초 공급 차질과 유사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향후 2년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약 1%포인트, 중국의 성장률은 약 0.4%포인트 감소할 수 있는데, 이는 낮은 추정치다. 시장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며, 인플레이션과 위험 프리미엄이 급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 20일선에 부딪힌 S&P
베선트 장관이 정상회담이 여전히 유효하며, 장기 관세 유예가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뒤 주가는 오름세를 키웠습니다. 나스닥은 한때 1.5%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매물이 쏟아지면서 오후 1시께 3대 지수가 모두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CTA 펀드 등 시스템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합니다. 잠시 출렁였던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되찾았습니다.
22V리서치는 "상황이 계속 악화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꼬리 위험의 (거대한) 크기를 고려할 때, 중국 관련 불확실성(China overhang)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양측의 회담에 대한 더욱 구체적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시장에서는 위험 프리미엄이 있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 변동성지수(VIX)는 20.64로 마감하면서 여전히 지난 금요일 매도 이전(1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무역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좋은 실적을 내놓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37%, 모건스탠리는 4.71%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월마트는 미국 CEO가 쇼핑객들이 건강한 속도로 지출하고 있다고 발언한 뒤 1.7% 올랐습니다. 코스트코도 0.9% 상승했고요.
금값은 계속 뛰고 있습니다. 오늘도 1.5% 올라서 온스당 4200선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JP모건의 다이먼 CEO는 어제 “나는 금을 사는 편은 아니다. 금을 보유하는 데 연 4% 비용이 든다”라면서도 "지금 같은 환경에서 쉽게 5000달러 또는 1만 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라고 밝힌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는 "내 인생에서 포트폴리오에 금을 일부 갖는 것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몇 안 되는 시기 중 하나"라고 밀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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