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꿈의 집' 시그니엘…'인기없는 주상복합' 전락한 사연은
전용면적 181.39㎡ 매매가
1년새 64억
→61억 떨어져
환기 못하고 바닥난방 안돼
고급 주거단지 대체제도 늘어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대로 가는 곳이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지로 꼽히던 송파구 신천동 시그니엘 레지던스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롯데월드타워에 42~71층에 있다. 2017년 완공 당시 분양가가 7500만~8000만원 선에 달했다. 역대 주택은 물론 오피스텔을 통틀어 가장 비싼 가격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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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도 최고급이었다. 42층에는 주민만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를 포함해 카페,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민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 일반 이용객과 분리됐다.

최고급 호텔 서비스도 제공된다. 롯데호텔의 컨시어지, 하우스키핑, 룸서비스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호텔의 부대시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백만원대의 연회비를 내야 누릴 수 있는 롯데그룹 멤버십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높은 보유세,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에 성공한 이유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면적 181.39㎡는 지난 9월 61억원에 매매됐다. 2024년 6월 64억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 오히려 3억원이 떨어진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35주 연속(지난 9월 29일 기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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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면적대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용 202㎡는 지난 8월 45층이 69억원에 매매됐다. 같은 면적 48층 매물이 2022년 5월에 7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억이 떨어졌다.

물론 오른 면적도 있다. 전용 200㎡는 2022년 2월에 79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84억 5849억원에 손바뀜했다. 3년 만에 5억원(6.3%) 정도 오른 셈이다. 하지만 2022년 2월 2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가 지난 7월 34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50% 이상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아파트로 분류되지 않아 토지거래허가제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실거주 의무 등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토허제 풍선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구조,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이라는 점 등이 단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창문을 열어 환기할 수 없고, 바닥 난방이 안 되는 점은 맞통풍과 온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재벌 3세 행세하며 사기를 친 전청조를 비롯해 안 좋은 사건에 연루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입주민 관리에 신경을 쓰는 추세"라며 "최근 들어서는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거나 통장 잔고 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중개사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재가 많이 생긴 것도 앞으로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한강 변을 중심으로 소규모 가구 수의 고급 주거단지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어서다.

다만 외국인과 젊은 층 등 주거의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요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56억원에 거래된 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용 154.58㎡의 매수자는 벨기에 국적의 부부였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국인들의 문의는 꾸준한 편"이라며 "전망도 좋고, 쇼핑시설,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