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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판 CES' 자이텍스 성황
180개국 6800개 기업 몰려
UAE·사우디·바레인·오만 …
세계 AI 자본의 블랙홀로 부상
"무기 사듯 AI 인프라 투자 않으면
미래 국가 안보 무너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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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은 말 그대로 AI 자본의 ‘블랙홀’이었다. 미국·유럽의 빅테크뿐 아니라 인도, 싱가포르, 한국 AI 스타트업까지 몰려들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라우드 기업을 대거 끌어들이면서 중동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장의 한 글로벌 AI 기업 관계자는 “이제는 AI 기업이 아니라 AI를 무기화한 국가들의 전쟁터가 됐다”며 “올해 GITEX는 그 전선을 중동이 주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무대”라고 전했다.
◇중동式 소버린 AI 선보인 자이텍스
UAE가 정의하는 소버린 AI는 단순 기술 자립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 위에 신뢰·윤리·보안을 결합한 국가 단위의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날 GITEX의 개막 세션인 ‘AI·지정학과 글로벌 경제 재설정’에서 압둘라 빈 투크 알 마리 UAE 경제부 장관은 “AI를 필두로 한 신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석유 이후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얼마나 빨리 산업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 주요 국가의 연합인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도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의 ‘비전 2030’, 바레인의 ‘비전 2030’, 오만의 ‘비전 2040’ 등 역내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AI·클라우드·데이터 인프라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현장의 한 글로벌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오일머니가 교육·데이터·인프라로 이동하면서 중동의 산업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일머니가 ‘AI머니’로…“실행이 경쟁력”
중동의 AI산업은 연평균 20% 가량씩 성장하고 있다. 중동 AI산업을 이끌고 있는 UAE는 2030년이면 국내총생산(GDP)의 13.6%(약 970억달러)를 AI가 차지할 전망이다. 세계 최초 ‘AI 장관’으로도 알려진 오마르 술탄 알 올라마 UAE 인공지능·디지털경제·원격근무 담당 장관은 행사장 기조연설 세션에서 “AI는 단순히 GDP를 늘리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라며 “UAE는 기술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벗어나 산업을 창조하는 나라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전날(12일)부터 두바이 하버에서 동시에 열린 스타트업 행사 ‘익스팬드 노스 스타(Expand North Star)’는 중동의 ‘오일머니’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이 행사에는 100여 개국 1700개 스타트업과 1200명의 투자자가 모였다. 국부펀드와 글로벌 CVC 관계자들이 밤늦도록 피칭 현장을 지켜봤다. 한 한국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에서는 투자 미팅을 잡기가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10분 만에 국부펀드 담당자와 연결됐다”며 “기회의 온도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지난해 4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AI 전용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데이터센터·AI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동의 AI 전략은 자본 투입과 함께 정책의 속도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UAE 인공지능청은 인재 양성·데이터센터·투자 유치가 하나로 연결된 ‘원스톱 AI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 글로벌 VC는 “중동이 가진 것은 단순 막대한 자본력뿐만이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정부의 추진력과 일사불란한 집행력”이라고 전했다.
두바이=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