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스> 보도 스틸컷
영화 <보스> 보도 스틸컷
무식한 근본을 벗어나지 못해 부하들의 등에 떠밀려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조직의 보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언니의 마지막 소원에 따라 억지로 결혼을 하게 되는 보직의 여성 부두목. 생각보다 명이 긴(?) 언니는 동생의 임신까지 바라고 이 소원마저 들어주지만 동시에 그녀는 라이벌 조직으로부터 ‘식구들’을 지켜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박스오피스를 지배했던 ‘조폭 코미디’의 전제는 건달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일이 주어지고 그러한 상황 안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는 것이었다. 가령 위에 언급한 것처럼, <두사부일체> (윤제균, 2001)의 ‘두식’처럼 난데없이 고등학생에 입학하게 되는 조직의 보스이거나 <조폭마누라> (조진규, 2001)에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조직의 여성 보스 같은 ‘미스 매치’가 코미디의 중추가 되는 것이다. ‘조직폭력배’라는 설정에서 오는 과도한 남성성 (혹은 이를 표방하는 여성 조폭)과 그와 거리가 먼 학생, 혹은 주부라는 신분의 모순이 코미디 상황극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이다.

<어쩔수가 없다>(박찬욱),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폴 토마스 앤더슨)와 함께 이번 추석 연휴 시장을 타켓으로 한 영화 <보스> 역시 비슷한 공식을 따르는 일종의 ‘네오(neo) 조폭 코미디’다. 식구파의 2인자들 두 명은 조직의 보스가 죽고 난 이후, 서로 보스가 “안” 되겠다고 투쟁 중이다. 그중 모두의 신임을 얻고 있는 나순태(조우진)는 이미 이름난 중국집 미미루를 운영하고 있는 중식 쉐프로, 그는 프랜차이즈 사장으로서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동강표(정경호) 또한 교도소에서 우연히 접한 탱고를 통해 댄서로서의 삶을 계획한다. 서로 보스 자리를 미루는 가운데 진정 보스가 되고자 하는 인물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조판호(박지환) 뿐이다. 서로 다른 목표와 꿈을 가진 세 친구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대결에 응한다. 정작 조직의 운명을 쥐고 있는 자는 예상 밖의 인물이라는 실을 모른 체 말이다.
영화 <보스> 보도 스틸컷
영화 <보스> 보도 스틸컷
일단 코미디적인 맥락에서 <보스>는 타율이 낮은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시작부터 시종일관 TPO가 맞지 않아 벌어지는 상황극들을 나열하지만 그 중 성공적이라고 보여지는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컨대 프랜차이즈 본사 중역들과 순태가 일생일대의 미팅을 하는 중 순태의 조직원들이 밀려와 90도 인사를 하는 설정, 판호가 조직원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는 중 말대꾸를 하는 일원을 처치(?)하는 상황극 등은 어느 대목에서 웃음을 유도한 건지조차 유추할 수 없을 정도로 구태의연하다. 이렇듯 올드한 상황극들은 영화 중반까지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순태와 강표는 협심하여 조직도, 서로의 꿈도 지켜 내기로 한다. 순태의 조직에 10년간 잠복하고 있던 경찰 홍태규(이규형)까지 이에 합세하여 이들은 조직을 노리고 있는 (더 큰)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운다.
영화 <보스> 보도 스틸컷
영화 <보스> 보도 스틸컷
앞서 언급했듯 <보스>는 새롭게 귀환한 조폭 코미디라고 표현되지만, 영화 속에서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안타깝지만 영화는 90년대, 2000년대에 대거 제작되었던 1세대 조폭 코미디의 재기발랄한 소재도, 설정도, 대사도 재현하지 못했다. 영화 후반의 클라이맥스에서 태규가 진품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마약을 맛보고 벌어지는 슬랩스틱 역시 수많은 영화에서 봐왔던 비슷한 설정에 강박증적인 코미디를 배가한 것 말고는 변주라 할 것이 없다.

최근 완성도가 아쉬운 한국 영화를 호평하지 못할 때 그럼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배우의 노력과 연기다. 이번 <보스> 역시 배우들의 헌신이 눈에 띈다. 특히 적지 않은 액션씬과 육탄전들은 배우들의 에너지를 더더욱 필요로 했을 것이다. 영화의 엔드 크레딧에 공개되는 메이킹, NG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성룡 영화들의 엔드 크레딧 영상이 그랬듯 이들의 직업과 노력에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다만 그들의 이러한 공이 ‘활약’으로 비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영화와 연출의 모자람 탓이다. 한국 영화산업은 좋은 배우들을 많이 보유했다. 이 배우들을 그들의 능력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빛나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좋은 작품과 연출자의 몫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