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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총리, 취임 27일 만에 사임…프랑스 국채 금리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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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새 내각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6일 사임했다. 이날 파리 마티뇽 궁에서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새 내각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6일 사임했다. 이날 파리 마티뇽 궁에서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취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사임했다. 분열된 의회와 정부 재정 긴축의 시급성이 충돌하면서다. 프랑스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르코르뉘 총리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전임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나고 나서 르코르뉘 총리가 지난달 9일 임명된 지 27일 만이다. AFP는 이 같은 총리 재임 기간은 현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짧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코르뉘 정부는 지난 5일 새 내각 구성을 발표한 이후 불과 14시간이 지났다. 발표된 장관 18명 중 다수가 바이루 내각 출신이고 다른 신임 장관들 상당수도 마크롱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이다. 특히 재정 적자를 급증시킨 장본인으로 비판받던 브뤼노 르메르 전 재무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복귀한 것이 논란을 키웠다. 의회 불신임에도 기존 내각이 사실상 유지된 것이라는 비판이 좌우 진영 양쪽에서 모두 나왔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오전 사임 발표 후 연설에서 "각 당파가 마치 절대다수라도 차지한 양 행동하면서 정파적 욕심만 보이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타협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모든 정당이 상대에게 자기들의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를 원했다"며 "자존심은 옆으로 제쳐두라"고 촉구했다.

    1986년생으로 올해 39살인 르코르뉘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 내내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관이다. 총리 직전에는 국방 장관을 맡았다. 신중하고 절제된 성품에 중도주의적 성향으로 총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끝내 정국 불안정을 돌파하지 못하고 낙마하게 됐다.

    프랑스는 지난해 여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모든 진영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빠졌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연합, 극우 국민연합(RN),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등 서로 타협하기 어려운 세 개의 정치 세력이 의회를 분점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어떤 법안도 의회 문턱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르코르뉘는 엘리자베트 보른, 가브리엘 아탈, 미셸 바르니에, 프랑수아 바이루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 집권 2기의 5번째 총리였다. 특히 프랑스는 지난해 9월 아탈 총리 사임 이후 1년 사이에 4명의 총리를 맞을 정도로 정국 혼란이 극심하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 의원은 "현재는 선거를 치르는 것만이 현명한 일"이라며 "웃긴 상황은 끌 만큼 끌었다. 프랑스 국민은 질려 있다"고 말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도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RN은 명백히 통치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계는 특히 예산안을 두고 좀처럼 타협하지 못하며 대치하고 있다.

    바르니에와 바이루 등 두 전임 총리도 사실상 재정 계획을 둘러싼 갈등으로 쫓겨났다. 프랑스는 2분기 말 기준 공공부채가 3조4163억유로(약 5630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6%에 달할 만큼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르코르뉘 총리도 지난달 말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 60억 유로(약 9조9000억원)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르코르뉘 총리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날 파리증시에서 CAC40 지수는 한때 2% 가까이 급락했다. 이는 지난 8월 말 이후 6주 만에 최대 낙폭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프랑스 은행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국가 부채에 대한 노출과 경제 불안정에 대한 공포를 반영하면서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최고 6% 이상 폭락했다. BNP 파리바와 크레디 아그리콜도 5%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유로화는 미국 달러 대비 11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랑스 국채도 흔들렸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7% 포인트 급등해 3.58~3.59% 수준에 도달했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프랑스 국채와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 간의 수익률 격차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정당은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7년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관료 출신, 보수주의자, 중도파 등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총리를 연이어 임명하고 잃어 차기 총리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무이타바 라흐만 유라시아그룹 유럽국장은 AFP에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에 정권을 내줄 위험이 있는 조기 선거를 치르기보단 신임 총리를 임명하고 재정적,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현지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합이 약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기 선거는 극우 총리와 '동거 정부'를 강요받거나 훨씬 더 분열된 의회로 이어질 수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김주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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