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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추억이 한순간에 증발"…믿었던 국민 커플앱의 배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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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커플앱서 쌓은 추억 한순간에 증발
    운영사, 코드값 오류…'데이터 복구 불가'
    "10년 간 모은 사진 1만 장 날아갔다" 절규
    전문가 "완전 복구 불가, 쉽게 이해 안 돼"
    비트윈 배경 사진 캡처  /사진=유지희 기자
    비트윈 배경 사진 캡처 /사진=유지희 기자
    "연애 초기부터 사용했는데 사진이 다 날아가서 상실감이 커요."(이용자 A씨)

    "10년 동안 사용했는데 연인과의 소중한 추억이 사라졌어요."(이용자 B씨)

    "진짜 허탈한 기분이네요. 7년 치 기록이 사라졌어요."(이용자 C씨)

    수십만명이 사용하는 커플 전용 메신저 앱 '비트윈'에서 대규모 데이터 삭제 사고가 발생했다. 연인 간 채팅과 앨범, 프로필 사진 등을 저장하며 '국민 커플 앱'으로 불려온 서비스였던 만큼, 소중한 추억이 한순간에 증발했다는 충격과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연애 초기부터 10년간 비트윈을 사용해온 A씨는 "평소처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려고 앨범에 들어갔는데, 대부분 단색 화면만 떴다"며 "처음에는 네트워크 오류라 생각했지만 결국 앨범 데이터가 삭제됐다는 공지를 확인했다. 중요한 사진과 영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2014년부터 비트윈을 이용해온 B씨도 "며칠 전 휴대폰을 초기화한 뒤 사진이 뜨지 않아 공지를 찾아보니 복구 불가라는 안내가 있었다"며 "10년 넘게 쓰면서 공지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팝업으로 공지했어야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앱에 접속했는데 한 번도 못 봤다. 쌓아온 추억이 한순간에 날아가니 '구멍가게' 같은 운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10년이나 썼는데"…피해자 절규 잇따라

    출처=네이버 블로그 ’과냑‘, ‘먹을래 말래’
    출처=네이버 블로그 ’과냑‘, ‘먹을래 말래’
    사고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실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용자 C씨는 "7년간의 사진을 잃었다. 몇 명만 피해 본 게 아니라 사실상 모든 이용자의 데이터가 삭제됐다는 게 심각하다"며 "공지에는 '일부 삭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99.9%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7년을 이용했는데 한순간에 신뢰가 무너졌다. 이메일이나 문자 한 통도 없었고, 앱 안에 조그맣게 올린 공지가 전부였다. 결국 추억도, 신뢰도 모두 잃었다"고 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 사진까지 모두 사라졌다", "10년 연애하며 결혼식 사진으로 쓰려던 자료도 날아갔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일부는 "무료 이용자만 피해를 본 것은 결국 유료 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출처=구글플레이스토어
    출처=구글플레이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란 역시 분노로 들끓고 있다.

    한 이용자는 "며칠 전부터 사진과 동영상이 뜨지 않아 단순 오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데이터가 삭제됐고 복구도 불가라더라"며 "수년간의 데이터가 한순간에 다 날아갔다. 두 달 전까지 플러스 구독했는데 해지 직후 이런 사태가 터져 황당하다. 이제 다른 안정적인 앱으로 갈아탈 예정이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10년 동안 올린 1만 장의 사진을 어떻게 책임질 거냐. '복구 불가, 죄송합니다'로 끝낼 일이냐"며 "공지조차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숨겨놨다. 휴대폰 오류인 줄 알고 수십 번 껐다 켰다. 그런데 정작 스티커 신규 출시 팝업은 제대로 뜨더라. 기가 막히고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무료 이용자만 피해 …"유료 전환 유도?" 의혹 확산

    출처=비트윈
    출처=비트윈
    비트윈 운영사 디엘티파트너스는 지난 23일 공지를 통해 "9월 13일 서버 점검 과정에서 내부 코드값 지정 오류가 발생해 앨범·프로필 사진·홈 배경 이미지가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인력을 투입해 데이터 리사이징, 리전별 버저닝 복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했으나 삭제된 데이터는 복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보상 방안은 공지에 담기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무료 이용자만 피해를 본 점을 두고 "유료 결제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비트윈은 2011년 출시된 커플 전용 메신저 앱으로, 채팅·캘린더·공동 앨범 등 연인 맞춤 기능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한때 월간 이용자 수(MAU)가 120만 명에 달했으며, 글로벌 다운로드 수는 3500만 건을 넘어섰다.

    최근까지도 '장수앱'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 2025년 3~8월 평균 MAU는 23만1350명을 기록했다. 여전히 수십만 커플이 이용 중인 서비스였기에, 앱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는 '추억 저장' 데이터가 한꺼번에 사라진 이번 사태는 사용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사고 직후 '보상책 침묵'…취재 시작되자 뒤늦게 해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고 직후 며칠간은 보상책을 내놓지 않던 비트윈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비트윈 운영사 디엘티파트너스 관계자는 "모든 피해 이용자에게 100만 원 상당의 비트윈 플러스 평생권과 유료 스티커 280여 종을 지급하고, 플러스 이용자 가운데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금까지 결제한 금액을 전액 환불·환급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는 무료 이용자의 장기 데이터 정리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비트윈은 14년치 채팅 데이터를 모든 이용자에게 무상 보존해왔고, 그 과정에서 3개월 이상 지난 채팅의 이미지·영상 데이터를 무료 회원 대상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AWS 스토리지 시스템에서 채팅과 앨범 데이터를 구분하는 고유 코드값이 일부 잘못 지정되면서, 데이터가 의도치 않게 삭제되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테스트 환경이나 초기 부분 배포 단계에서는 오류가 감지되지 않았고, 코드 분석과 내부 QA 과정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심층적인 서버 오류였다"며 "전체 서버에 확대 배포하는 과정에서야 문제가 드러났지만 이미 데이터 삭제가 진행된 뒤였다"며 유료 서비스와 관련해 "비트윈 플러스 이용자는 파트너와 연결이 유지된 상태라면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별 등으로 연결이 끊긴 경우에는 삭제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데이터 이중화 백업 시스템 구축, 의무적 전체 백업, 단계별 롤백 포인트 설정, 외부 전문가 검증 절차 도입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 "복구 불가 설명, 납득 어렵다"…데이터 관리 의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업계 전체에 '디지털 추억'의 안전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기웅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비트윈 측이 무료 서비스라는 점을 들어 금전적 보상 책임을 회피하려 할 수 있다"면서도 "이용자들은 광고 노출, 아이템 구매 등을 통해 회사에 수익을 안겨줬고, 오랜 기간 서비스를 성장시킨 주체다. 무료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보통 데이터가 삭제돼도 완전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는 드물다"며 "실수라면 즉시 복구가 가능해야 하는데, 아예 되돌릴 수 없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무료 고객만 피해를 봤다는 점은 단순 실수라기보다 '마케팅 유도'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삭제가 단순 오류인지, 의도된 조치인지를 가려내는 게 핵심"이라며 "만약 고의성이 확인되고 이용자 동의 없이 데이터가 삭제됐다면 법적 책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비트윈이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무료 앱이라는 특성상 회사는 '데이터 무제한 보관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결국 법정 공방보다는 이용자들의 분노와 감정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이용자 스스로 클라우드나 외부 저장장치를 통한 백업을 병행하는 자기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기업도 명확한 보존 정책과 사전 안내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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